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2주간의 휴전에도 국제 에너지 품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파괴된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봉쇄 해제로 호르무즈해협에서 쏟아져 나오는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 일단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물류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걸프만에는 유조선 약 200척이 묶여 있다. 여기에 실린 원유는 약 1억3000만 배럴, 정제유는 약 4600만 배럴이다. LNG 130만t도 봉쇄 해제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이란의 보복 공격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40일간의 전쟁 과정에서 대형 에너지 생산 시설만 15곳이 타격받았다.
라스라판 LNG 단지를 공격받은 카타르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세계 LNG의 20%가량을 생산하는 이 단지는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LNG 트레인’ 14기 가운데 2기,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2기 중 1기가 손상됐다. 현지에선 생산 시설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하루 55만 배럴 규모 원유를 처리하는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과 서부 얀부의 ‘삼레프 정유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라스타누라는 이란의 추가 드론 공격을 우려해 가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UAE도 푸자이라 항구를 비롯해 알루와이스 석유화학 시설, 샤 가스전 등이 공격받아 일부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달 바레인도 시트라섬 정유 시설이 공격받았다. 바레인은 산유량이 적지만 사우디에서 송유관으로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거점으로 중요성이 크다.
이란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석유화학 단지 가동이 대부분 중단됐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란 석유화학 생산의 약 50%를 담당하는 ‘아살루예 석유화학 단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생산 시설 중단 여파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준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완전한 종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아람코와 UAE 국영 석유회사는 본격적인 생산 재개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조선 선주들이 휴전 기간 해당 지역에 재진입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재개되면 선박과 선원이 다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