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의석·높은 지지율 바탕으로
10월 검찰 해체 앞두고 속도전
국힘 합류로 중도표심 부담 덜어
"선출된 권력 독주" 역풍 우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항하던 국민의힘이 결국 자리를 이탈한 가운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계획서’가 범여권 175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방선거가 두 달가량 남은 시점에서 자칫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주제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해체되기 전에 조작 기소를 증명하고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다급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與 “여론 조성, 지금도 늦다”
국정조사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는 본회의 통과 이틀 전인 20일 출범했다. 5월 8일까지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등 7대 사건을 조사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사가 추진되는 배경으로는 우선 검찰청 해체 시한이 확정됐다는 점이 거론된다. 최근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를 줄지어 통과하면서 검사들은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등으로 흩어지게 됐다. 여론 조성이 필요한 민주당 입장에선 책임 추궁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셈이다. 여당 관계자는 “사건들의 공소 취소를 위해선 국정조사에서 객관적 문제점이 드러나야 하고 특검이든 경찰이든 별도 수사가 필요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여론 형성도 필수적인 만큼 현시점이 절대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핵심 증인 등이 검찰에 불리하도록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임기 내 공소 취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정조사 등에서 검사의 직권남용 같은 사유가 발견되더라도 해당 검사가 무죄를 주장하면 3년가량은 법정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의석수가 많고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기에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국정조사와 관련해 별다른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전략 부재’ 野에 힘 받은 與
국정조사에 국민의힘이 막판 합류하면서 민주당의 중도층 표심에 대한 부담은 한층 덜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고심 끝에 “국정조사에서 투쟁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내부에선 “구체적 전략이 없다” “애초에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이어서 위법이라는 주장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공소 취소가 아니라 조작 기소 규명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 문제에 메시지를 내 중도층에 소구하고, 특위는 특위대로 당원 및 지지층 결집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정조사를 여권 ‘충성 경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애초에 이번 조사의 계기는 ‘친명(친이재명)계 세 과시’ 논란이 일었던 민주당 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활동이었다.
‘역풍’을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선출된 권력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식의 여당의 접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지금은 집권 초기니까 버티지만 경제와 외교 등 불안이 지속되면 2028년 총선에선 국민의 분노가 표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