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2년 만에 2%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동안 성장률을 갉아먹던 건설 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중 30조원을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집중 투자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성장률 2%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이 제시한 1.8%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한은도 작년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반도체 수출이 작년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면 성장률이 2.0%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재경부는 이날 지난해보다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각각 1.7%, 2.1% 증가하고 수출이 4.2% 늘어나면 성장률이 2%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형일 재경부 제1차관은 “당초 20~30%로 예상된 올해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40~70%로 늘어나며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많이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을 갉아먹던 요인인 건설 투자도 올해 플러스로 전환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미국 관세정책 영향이 올해 본격화하면 성장률 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지표는 나아졌지만, 다수의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는 ‘K자형 성장’에 직면했다”며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과실을 누리는 경제 대도약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3대 엔진' 동반 호조…고환율, 올해도 최대 변수 반도체 제외하면 1.4%에 그쳐…"내수 살릴 정책 적극 추진해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로 국내외 주요 기관 예상치(1.8%)보다 높게 제시한 것은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이어가고, 민간 소비와 건설 경기도 본격적으로 반등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올해 세계 D램 시장의 매출 증가율을 30%에서 74%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올해도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우리나라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 덕분에 올해 수출이 4.2% 증가해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2.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9.5%로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건설투자도 올해는 2.4% 증가해 경제성장률을 밀어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소비 역시 1.7% 증가해 작년(1.3%)보다 회복세가 커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수출, 투자, 내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약 1.8%)을 웃돌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과도한 반도체 의존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호황이 일찍 꺾이면 우리 경제가 예상 밖의 부진을 겪을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성장을 주도할 IT 부문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1450원 아래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다시 오르고 있는 환율도 중대 변수다.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고환율)는 수출 경쟁력과 원화 표시 매출을 끌어올려 성장률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소비를 위축시키고, 원자재·에너지·중간재 비용을 올려 기업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이 예상 밖으로 감소할 때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내수를 살리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