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느림의 미학…영화 ‘사탄탱고’ 벨라 타르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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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장센, 롱테이크 등 파격적인 스타일
러닝타임 7시간 넘는 '사탄탱고' 등 선봬
러닝타임 7시간 넘는 '사탄탱고' 등 선봬
1955년 헝가리 페슈에서 태어난 타르는 1977년 ‘패밀리 네스트’로 데뷔했다. 은퇴작인 ‘토리노의 말’(2011)까지 30여 년간 9편의 장편 영화를 남겼다.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그가 남긴 컷들은 하나같이 당대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교하게 설계된 롱테이크와 흑백의 긴 시퀀스, 느리게 흘러가는 리듬 등 상업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탈피한 파격적인 스타일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타르가 구축한 영화세계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사탄탱고’(1994)다. 오랜 예술적 동지이자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동명 장편소설을 영화화했다. 무려 439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가던 헝가리 농촌의 현실을 그려내며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타르는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속에서 한 장면을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10분 가까이 이어가는 극한의 롱테이크로 절망적인 사회상과 인간의 불안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워낙 길고 난해한 탓에 골수 영화 애호가들조차 끝까지 관람하기가 쉽지 않지만, 스크린 속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현대 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롱테이크로 관객에 비집고 들어갈 사유의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종종 비교되지만, 영화적 결은 다르다. 타르코프스키의 롱테이크가 구원을 향한 기도나 명상에 가깝다면, 타르의 롱테이크는 구원이 배제된 공허한 세상에 가깝다.
니체의 일화에서 착안해 인간 존재의 종말론적 운명을 흑백으로 담아낸 ‘토리노의 말’은 이런 그의 세계관의 정점에 달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받고 은퇴를 선언한 것도 더 이상 나아갈 곳 없는 미학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거장다운 선택이었다. 당시 그가 남긴 말은 이렇다. “지난 34년 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다 했습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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