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시스코 전략 투자 참여
초대형 AI 인프라 경쟁 가속
데이터센터·전력·칩 확보전 치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20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하며 챗 GPT에 대한 정면 승부에 나섰다. AI 패권 경쟁이 초대형 자본력과 전력·데이터센터 확보전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xAI는 6일(현지시간) 시리즈 E 투자 라운드에서 200억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였던 1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투자자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카타르 투자청(QIA), 테슬라 전 이사 안토니오 그라시아스가 이끄는 밸러 에퀴티 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시스코 인베스트먼트가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xAI가 이번에 선택한 시리즈 E는 스타트업 투자 단계 중 가장 후반부에 해당한다. 시리즈 E는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입지를 확보한 뒤, IPO 직전 또는 IPO 이후 수준에서 초대형 확장을 위해 받는 투자 단계다. 기술 검증이나 생존이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경쟁사 압도 여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수십억 달러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고, 재무적 투자자뿐 아니라 반도체·네트워크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은 통상 시드(Seed) 단계에서 아이디어와 초기 팀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시리즈 A에서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검증한다. 이후 시리즈 B에서는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시리즈 C에서는 글로벌 확장과 수익성 강화를 추진한다. 시리즈 D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인수합병(M&A), IPO 준비 단계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도달하는 시리즈 E는, 더 이상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아니라 산업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최종 확장 단계로 해석된다.
xAI는 이번 투자 이후의 기업가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CNBC는 지난해 11월 xAI가 기업가치 약 2300억달러(투자 전 기준)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대규모 인프라 구축, 신제품 출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X(옛 트위터)에 “xAI 팀에 축하를 보낸다. 회사를 믿어준 투자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발표는 xAI가 안전성 논란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xAI의 대형언어모델(LLM) ‘그록’은 X에 통합돼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불법 이미지 생성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소셜미디어 규제기관 오프컴은 그록이 성적 이미지, 아동 관련 불법 이미지를 생성했다는 신고와 관련해 X와 xAI에 긴급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X는 불법 콘텐츠에 대해 삭제, 계정 영구 정지, 사법 당국과의 공조 등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그록을 통해 불법 콘텐츠를 생성하는 행위 역시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xAI는 X와 그록 앱을 합산한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6억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오픈AI의 챗 GPT는 지난해 9월 기준 주간 활성 이용자 수가 약 7억명으로 집계됐다. 머스크는 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으로, 2023년 6월 xAI를 설립해 정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xAI는 현재 차세대 모델 ‘그록 5’를 훈련 중이다. 머스크는 이 모델이 “의식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당초 2025년 말 공개를 목표로 했다.
인프라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xAI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콜로서스’ 데이터센터를 확장 중이며, H100 GPU 기준 100만개 이상의 연산 능력을 구축했다. 인근에 두 번째 부지 ‘콜로서스 2’를 개발 중이며, 최근 세 번째 건물도 추가 매입했다. 머스크는 이를 통해 xAI의 학습용 연산 전력이 약 2기가와트(GW)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xAI는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AI 칩을 공급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 중인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도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으며, 연내 출하 예정인 차세대 ‘베라 루빈’ 칩 도입도 검토 중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