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백종원·안성기까지…정치권의 '스타 러브콜' 역사 [홍민성의 데자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데자뷔 ⑤ '스타 영입'
안성기 떠난 날, DJ 비서실장이 공개한 비하인드
박지원 "DJ '安 공천하자'…安 '배우로 봉사' 거절"
스타 영입 시도는 현재진행형…"그때와 지금은"
안성기 떠난 날, DJ 비서실장이 공개한 비하인드
박지원 "DJ '安 공천하자'…安 '배우로 봉사' 거절"
스타 영입 시도는 현재진행형…"그때와 지금은"
'국민 배우' 안성기가 별세한 5일,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의 비화를 공개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대중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를 향한 정치권의 구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안성기의 이 '우아한 거절'은 새삼 우리 정치권이 소비해온 '스타 영입'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 '별배지'들의 화려한 등장
첫 배우 출신 국회의원은 10~12대 국회의원을 지낸 故 홍성우다. 홍성우는 1978년 1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서울 제5지구(도봉구)에서 당선된 뒤,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등으로 당적을 바꾸며 3선 의원을 지냈다. 배우 정한용(새정치국민회의), 신성일(한나라당), 최종원(민주당)이 각각 15대, 16대, 18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배우 김을동은 18~19대 새누리당에서 두 번 연속 금배지를 달았다.
이들의 결말이 모두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정계 은퇴 후 연예계로 복귀한 이순재는 훗날 인터뷰에서 "정치인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며 "나의 길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연기밖에 없었다. 정치를 더 한다고 해서 잘될 것은 없었다"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 바 있다. 부정부패에 정치권을 떠난 이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이 본업으로 복귀하는 건 정치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돌이켰다.
◇ '배우'로 남은 안성기
국민 배우 안성기를 향한 정치권의 영입 시도는 DJ만 한 게 아니었다. 2008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 행사에 참석한 안성기를 소개하면서 17대 총선 때 안성기 영입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나 '퇴짜'를 맞은 사연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관리위원장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막강해 누구든 모실 수 있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는 안성기를 ""워낙 바르게 살아왔고, 시작과 끝이 일관되고, 인간적이어서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안성기가 정치권의 구애를 거절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안성기는 과거 정치권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 "저는 정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영원히 배우로 남고 싶다", "(정치할 생각) 추호도 없다", "난 영화 하는 게 맞다"고 단호히 일축해왔다. 안성기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인생에서 만난 분 중에 인성이 좋은, 선한 사람 한 명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분"이라며 "그런 분이 본인의 본업을 지키며 영화배우로 국민께 봉사하겠다고 한 것은 당시 본인의 일을 더 가치 있게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백종원 모셔 오자" 여야 경쟁도…계속되는 러브콜
반면 정당에 의해 이미지 소모만 당하고 정치권과의 절연을 선언한 경우도 있다. 2002년 대선 정몽준 국민통합 21 후보 특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폴리테이너(정치적 의견 표명을 하는 연예인)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가수 김흥국은 지난해 말 '정치 중단'을 선언하면서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뭐 아무도 없다. 찾는 사람도, 연락도 없다"며 "2026년 지방선거 때 저에게 연락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본격 시작되면 유명인을 앞세우려는 정당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파격, 충격, 신선 등을 가장한 얼굴마담을 또 내세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러브콜, 그때와 지금은…"
김 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1990년대 후반에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저뿐 아니라 남편(임백천)도 함께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에는 일이 너무 많았고, 그때 판단으로는 내가 하던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 응하지 않았다. 그 선택에 대해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정치권의 스타 영입 방식에 대해 "대중문화 종사자가 일부를 대표한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유명인을 영입해 얼굴마담 식으로 소비하는 성향이 분명히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자기가 있던 필드에서는 엄청나게 맹활약하던 분들이 정치권에 들어가 기대되는 몫을 소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본인 커리어에 흠집이 나거나 활동이 이어지지 않는 피해를 입는 사례도 몇몇 있었다"고도 했다.
김 평론가는 정치 참여가 오히려 경력 단절로 이어진 경우까지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신념에 따라 응하는 분도 있었고, 본인의 커리어를 갉아먹는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며 "선택 이후 공백기를 겪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의 정치권과 대중의 태도는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요즘에는 때로 유명세를 가진 분들이 픽업되는 경우에도 과거처럼 본인의 본질을 해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일종의 정치문화 발전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유명인의 영입에 있어서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자체가 사뭇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능대표 차원에서 유명 인사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있지만, 영입 대상자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모두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치의 풍토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평론가는 국민의힘 이준석 지도부 체제에서 대변인 오디션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