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주식물납때 20% 할증
경영권 행사 못하는 비상장 주식
현금화도 힘들어 투자 매력 낮아
선진국선 물납주식 할인제 운영
유족, 물납 가격보다 싸게 못사
NXC, 일부 취득해 소각했지만
전체 지분 사려면 107회 거쳐야
"상속세 물납제 유연하게 개선을"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2대주주 지분 31%를 연내 매각하려 했던 정부 시도가 무산됐다. 올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3조7000억원 규모 세외 수입도 기약 없이 미뤄질 전망이다. 물납 상속 세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유사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 주식 매각 장기화 조짐”
9일 정부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XC 지분 31% 매각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IBK투자증권이 체결한 주관사 계약이 오는 26일 종료된다. 정부는 올해와 2023년 각각 두 차례씩 총 네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정부 안팎에선 넥슨 지분 매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정부의 넥슨 지분 매각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유한 NXC 주식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이 2023년 상속세 대신 국가에 납부한 주식이다. 당시 유족들은 상속세 4조7000억원을 현금 대신 NXC 주식 85만1968주(지분율 30.65%)로 납부했다. 납세를 위해 추산한 넥슨 지분의 공정 평가액은 3조9000억원. 상속세법상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최대주주의 보유지분은 20%를 할증하는 기준에 따라 과세액이 4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상속세법 기준은 정부가 세금을 환수하기 위해 물납받은 주식을 매각할 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영권이 없는 비상장주식을 세법상 20% 할증한 가격 이상으로 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 시장에서 소수 지분 매각을 위해선 통상 할인해야 한다”며 “할증한 가격에 주식을 팔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각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가격을 10~50% 할인해 팔 수 있도록 지난해 매각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특정인을 위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국유재산 헐값 매각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정부 안팎에선 당분간 넥슨 지분 매각 절차가 재개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업주 일가가 주식을 세금으로 납부할 때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해당 주식을 되살 수 없도록 한 국유재산법도 물납 주식 거래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조원 규모 비상장 2대 주식을 살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유가족과 기업이 적정 가격에 매입할 길을 열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등은 소수 지분 매각 시 할인
물납 주식 매각 장기화는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기업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데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있다. NXC는 전날 기재부와 유족이 보유한 주식 2만5997주(0.94%)를 1512억원에 취득해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581만5000으로 정부 취득가격 553만원(추정가)보다 30만원 가까이 비쌌다. 성장을 위해 써야 할 투자금이 비상장회사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소각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재부가 보유한 85만 주를 모두 사들이려면 회사가 총 107차례 자사주 매입을 해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최대주주의 비상장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는 일반주주와 다른 방식을 쓴다. 경영권이 있는 주식의 평가액은 할증하고, 소수지분의 평가액은 할인하는 방식으로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물납 주식이 전체 지분의 50%를 넘는 경영권 지분이라면 평가액을 할증하지만 50%를 밑도는 소수지분이라면 시장에서의 매각 어려움 등을 고려해 할인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