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르 카스텔레에 자리 잡은 ‘폴 리카르 서킷’ 바로 옆 격납고에 낯선 차량 한 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 주인공은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제네시스 브랜드로 나오는 첫 고성능 모델이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3.4초로 포르쉐의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4.8초)을 압도한다. 뒤이어 굉음과 함께 마그마 GT 콘셉트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한 몸매에 차문이 위로 열리는 전형적인 레이싱카의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한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10년 만에 내놓은 첫 고성능 모델이다. 고성능차는 구동계, 섀시, 차체 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춘 메이커만 선보일 수 있는 차량이다. 제네시스가 마그마를 내놓은 것에 대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마지막 관문을 넘은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AMG), BMW(M), 아우디(RS) 등 별도 고성능 라인을 갖춘 명품 브랜드 반열에 합류했다는 얘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사장)는 “마그마는 제네시스의 향후 10년을 선언하는 상징”이라며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10년 만에 150만 대 판매
현대차그룹에선 한때 제네시스를 ‘정의선 차’로 불렀다. 10년 전 브랜드 탄생부터 고속 성장까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하나하나 챙겼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중저가 브랜드였던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는 건 시기상조란 일각의 반대에도 정 회장은 “변화하려면 도전해야 하고, 그래야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며 밀어붙였다. 2015년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도 정 회장이다. 당시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 오른 정 회장은 “서두르지 않고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10년은 숨 가쁜 성장의 역사였다. G70, G80, G90 등 세단 3종과 GV60, GV70, GV8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종을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빨리 누적 판매 100만 대(7년10개월)를 넘겼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이달 150만 대를 돌파했다.
전체 생산량의 46%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등 출범 초기 따라붙던 ‘내수용 럭셔리카’란 꼬리표도 떼어냈다.
업계에선 제네시스의 성공 요인을 품질과 디자인에서 찾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1위에 오르는 등 품질을 인정받은 데다 2015년 영입한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주도한 혁신적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샀다는 얘기다.
◇2030년 마그마 연간 3.5만 대 목표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제네시스 판매 목표를 올해(22만5000대)보다 55% 많은 35만 대로 잡았다. 기본 전략은 기존 모델 성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하이브리드카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붙이는 것이다. 여기에 고성능 차란 새로운 성장동력도 얹었다. 무뇨스 사장은 “2030년께 제네시스 판매량의 10%를 마그마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보인 GV60 마그마는 최고 출력 448㎾(609마력), 최대 토크 740Nm으로 시속 264㎞로 달릴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단 10.9초만에 시속 200㎞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GV60 마그마는 내년 1월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함께 공개한 ‘마그마 GT 콘셉트’는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의 고성능차다. 낮게 누운 보닛, 길게 뻗은 루프 라인은 한국에선 처음 선보이는 전형적인 스포츠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