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사 10곳 중 6곳 "내년 환율 1400원 이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착화된 고환율…긴급 설문
전문가 66% "고환율 장기화할듯"
3분기 대외금융자산 2.8조弗 '최대'
전문가 66% "고환율 장기화할듯"
3분기 대외금융자산 2.8조弗 '최대'
한국경제신문이 17~19일 국내 주요 기업 재무담당 임원과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의 외환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내년 환율을 1400원 이상으로 가정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했다.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고, ‘1450원 이상 1500원 미만’이 18%로 뒤를 이었다. 1500원 이상으로 본 전문가도 4%였다.
응답자의 66%는 ‘고환율이 장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19%는 ‘대내외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환율이 조만간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 응답자는 9%에 그쳤다.
고환율이 고착화할 것으로 응답한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내국인의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시장 수급의 구조적 변화’(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연 200억달러 대미 투자 부담’(47%),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3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할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덕 대한조선 재무실장은 “국내 성장잠재력이 약화하면서 현재의 고환율이 ‘뉴노멀화’됐다”고 평가했다. 주태영 KB증권 IB부문장은 “대기업들이 대미 투자 필요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를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졌다”고 했다.
"1400원대 환율은 韓 펀더멘털 반영한 것…하락 요인 없다"
고착화된 高환율 - (3) 기업·금융사·외환 전문가 100명 긴급 설문
“복합적인 이유로 자본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 원화 약세 구조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익명을 요구한 국내 2차전지 업체 재무팀장은 한국경제신문이 17~19일 실시한 긴급 환율 설문에서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을 1450~1500원으로 예상하며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평균 환율 전망을 묻자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아 사업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 100명의 답변도 대체로 비슷했다. 1450원을 웃도는 현재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기업 경영과 투사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진단이다.
◇“외환당국 개입 예상…1480원 상단”
박범석 토스뱅크 자금팀 매니저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개입이 이뤄지는 구간이 1450~1480원대로 보인다”며 “당분간 이 범위가 상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과 내년 환율을 1400~1450원으로 예상한 이경인 UBS 부회장은 “현재 환율 수준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 심리적 저지선인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는 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66%가 “최근의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환율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조만간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은 9%에 그쳤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도 고환율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고 했다.
원화 가치 하락을 억제할 카드가 없는 만큼 내년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연말 환율은 1450~1500원에 머물 것으로 보면서도 내년 환율은 1500~1550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다 매년 200억달러 대미 투자와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 때문에 내년에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더멘털 약화로 자본 지속 유출”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본 전문가 66명은 그 이유(중복 응답)로 ‘내국인의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 수급 구조적 변화’(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와 연기금의 글로벌 자산 비중 확대로 달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200억달러 대미 투자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47%),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중장기 국내 투자 위축’(31.8%)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1조562억달러로 2분기 말 1조304억달러에 비해 258억달러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대외금융부채)도 늘었지만 내국인의 해외 투자(대외금융자산)는 더 빨리 증가해서다. 3분기 대외금융자산은 1158억달러 증가했는데, 이 중 증권투자가 890억달러에 달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국내에서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외환당국 개입이 이어지면서 내년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전문가 설문 어떻게 진행했나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내 주요 기업 재무 담당 임원 35명을 비롯해 은행, 증권사, 글로벌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카드사, 회계법인 대표 및 외환·채권 시장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거시경제에 정통한 경제·경영 분야 교수 10명도 설문에 응했다.
김익환/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