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한국과 공정한 협상을 했다”고 밝히면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통상 현안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다만 공동성명이 발표되더라도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체적 내용을 담은 투자 협정(MOU) 체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당장 관세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21일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보고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천억달러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공정하다”며 한국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러트닉 장관과 합의하더라도 트럼프가 결과를 승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협상단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자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관세’ 효과를 선전할 수 있고, 한국도 이번 기회를 실리를 챙기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상회담까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방식 등에 대한 양국 견해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타결) 시점보다는 (협상) 결과가 국익에 가장 맞는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허정 한국통상학회장은 “이대로라면 지난 7월 말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에 그칠 뿐 협상이 진척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의 최종 목표는 MOU 체결이다. 이후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를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받아내야 한다. 일본은 7월 22일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했지만 양국이 MOU를 체결한 건 2차 공동성명이 나온 9월 4일이었다. 이후 연방관보 게재(9일), 상무부 통합관세율표 수정안 발표(15일), 상무부 이행고시 연방관보 게재(16일) 등을 거쳐 관세 인하가 정식 발효됐다.
양국은 이번 공동성명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의제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 동의가 있어야 우라늄 농축(농축도 20% 미만)이 가능하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할 수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처럼 10년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약속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