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구조개혁에 달린 재정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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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궤도 회복'에 필요하다며
5년간 연 4%대 재정적자 감수
국가채무비율 58%까지 상승
성장잠재력 회복 실패하면
건전성 악화 가속화 우려
금산분리 등 규제도 풀어야
이상열 정치부장
5년간 연 4%대 재정적자 감수
국가채무비율 58%까지 상승
성장잠재력 회복 실패하면
건전성 악화 가속화 우려
금산분리 등 규제도 풀어야
이상열 정치부장
건전재정론자들과 야당에서 재정 중독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현 정부가 확장재정에 나선 이유는 주지하는 바다. 경기 부양과 소득 재분배 외에도 ‘진짜 성장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을 쓰기로 한 결과다. 배경은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의 ‘씨앗론’이다. 국가 주도 기술 투자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해 잠재성장률을 3%로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문 정부 때도 ‘혁신성장’을 예산 편성의 양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분배 중심의 ‘소득주도성장’에 재정을 집중했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저자로 참여해 쓴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에서 확장재정으로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재정 적자 10조원이 벤처창업에 활용돼 100조원의 이익이 나면 분모인 GDP가 부채보다 늘어 국가채무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재정 지출의 대대적 구조조정 병행을 단서로 달았지만 그는 “단기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규모에 집착하지 말자”고 했다. 문 정부 때 예산 문제로 번번이 여당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는 지적까지 들었던 그 부처의 수장이 한 말이 맞나 싶을 정도다.
잠재성장률이 올해 1%대 후반에서 2030년 1%대 초반까지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란 전망(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성장 궤도를 되살리기 위해 뭐든지 해보겠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수출 및 국내 투자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재정 확대와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는 잠재성장률 3대 기여 요소(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중 특히 자본 투입 증가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재정만으로 ‘진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느냐다. 정부 당국자를 만날 때마다 확장재정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인 벤치마킹 대상 국가가 있는지 물어봐도 아직까지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구조개혁과 대대적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하지만 어려운 길이란 게 문제다. 다행히도 이 대통령은 각종 정책토론회에서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 고용 유연성 제고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달 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직후엔 AI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해 40년 된 금산분리의 일부 완화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득권 반대를 극복하고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 이런 조치들을 현실화하는 게 관건이다.
노동 투입(취업자 수) 감소 대책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기관은 2030년 이후 노동 투입은 아예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잠재성장률을 0%대로 추락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고용 축소를 불러오지 않는 퇴직 후 재고용, 일가정 양립 대책, 외국인 노동력 활용 확대 방안 등이 필요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명목성장률이 내년 3.4%, 2027년 3.9%, 2028년 4.0%, 2029년 4.2%에 이를 것이란 가정하에 국가채무비율을 산정했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실현되기 힘든 가정이다. 구조개혁 없이 확장재정만 이어가면 자칫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막는 것도 실패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연례협의 후 구조개혁이 전제돼야만 잠재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성장 잠재력 하락을 돌리지 못하고 건전성만 악화시킨 확장재정은 문 정부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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