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 샀어요" 계절 바뀔 때마다 싹쓸이…2030에 인기 폭발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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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에 몰리는 2030
'깡' 문화 확산…구매 경험 쌓이면서 친밀도 상승
'깡' 문화 확산…구매 경험 쌓이면서 친밀도 상승
한 씨는 “처음엔 시험 삼아 몇천원짜리 옷을 사는 정도였는데 막상 써보니 괜찮아서 이제는 옷장 정리할 때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10만~15만원어치씩 산다”면서 “그 돈이면 브랜드 셔츠 한두 벌 살까 말까인데 그보단 테무나 알리에서 여러 벌 사 다양하게 돌려 입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2030세대 소비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기존에는 1만원 이하 저가 아이템을 주로 구매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5만원 이상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며 구매 금액이 높아지는 추세다. 젊은층 중심으로 플랫폼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고 이용 경험이 쌓이면서 중저가 패션 시장에서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테무·알리 등을 통한 중국발 해외 직구 수요가 늘면서 전자상거래 수입 물량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은 약 9142만9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만 약 7083만1000건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특히 의류에 대한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 그간 C커머스 업체가 초저가 전략에 주력한 만큼 소비자들도 1만원 이하 의류를 '싼 맛'에 사는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상품까지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쇼핑을 넘어 제품 품질부터 배송까지 플랫폼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과 유사한 품질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낮은 ‘듀프(Dupe)’ 소비가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 8월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 대상으로 진행한 ‘듀프 소비 트렌드 인식 조사’ 결과 ‘향후 듀프 제품을 (재)구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51.3%에 달했다. 특히 30대 응답자의 재구매 의향이 57%로 가장 높았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옷 한 벌에 몇만원씩 쓰기 부담스러운데 알리나 테무에선 일반 쇼핑몰에서 파는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반값도 안 되게 살 수 있다”면서 “물론 가끔 실패하는 제품도 있지만 유튜브나 블로그 후기를 참고하고, 앱에서 리뷰도 꼼꼼하게 보고 사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가성비 전략을 가진 주요 SPA(제조직매형의류) 브랜드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의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의 결제 금액도 23억3003만원으로 약 9% 줄었다. 온라인으로 쇼핑 수요가 대거 이동한 상황에서 C커머스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 경험이 축적되면서 C커머스가 단순 경험을 넘어 합리적인 쇼핑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이 같은 영향력이 기존 SPA 브랜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패션 시장 전반의 소비 여건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가인 중국 플랫폼을 대안으로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며 “C커머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기존에 없던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신기함에 따른 경험 소비적인 측면이 컸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알맞게 찾는 등 이용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커머스 자체도 한국 소비자 특성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최근 패션 시장 성장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테무·알리 같은 강력한 대안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 SPA 브랜드는 경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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