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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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국내 증시의 스타는 네이버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정보기술(IT) 붐과 중국에서의 K뷰티 인기로 주가가 빠르게 치솟았다. 4대 그룹 외에 전통적인 ‘굴뚝 산업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과 두산그룹은 수주절벽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고, 방위산업·건설주는 그룹 시총을 깎아먹는 주범이었다.

AI심장 달고 굴뚝기업이 돌아왔다
코스피지수 6500 시대가 열린 지금, 이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20대 그룹 전체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작년 말 2858조원에서 올해 4514조원(4월 24일 기준)으로 1656조원 늘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미국·이란 전쟁이 불러온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조선, 방산, 전력기기, 원자력발전 등 굴뚝 산업 기업의 몸값이 치솟은 영향이다. 이들 20대 그룹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10년 전인 2016년(약 972조원)과 비교하면 4.6배로 불어났다.

전선과 변압기가 주력인 LS그룹은 2016년 42위(2조3900억원)이던 시총 순위가 올해 10위(57조5500억원)로 올라섰다. 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힘입어 LS일렉트릭과 LS 등의 주가가 최근 급등한 덕분이다. K방산·K원전 대표주자인 한화그룹과 두산그룹 시총 순위는 같은 기간 각각 13위, 19위에서 6위, 7위로 올라갔다. 4대 그룹에서도 제조 계열사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삼성은 반도체를 필두로 전자 부품, 배터리 등의 계열사가 고르게 성장해 그룹 시총이 올 들어 700조원 급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 재건 수혜주인 현대건설 주가가 올해 147% 급등하면서 ‘시총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한국 제조 포트폴리오의 재발견’으로 평가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를 비롯해 원전, 조선·플랜트, 우주·방산, 건설, 배터리 등 각 분야에서 촘촘한 제조망을 갖춘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체인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배성수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