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화폐 절하' 거래…"반도체는 무풍지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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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둔화 가리키는 고용 데이터
셧다운으로 오늘만 해도 실업수당 청구, 9월 공장재 주문과 내구재 주문 발표가 모두 취소됐습니다. 투자자들은 민간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요.
아침에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의 9월 감원계획은 전월 대비 37%, 전년 대비 26% 감소한 5만4064건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누적된 감원 규모는 94만6426건으로 202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동기에 비하면 55% 증가한 것이고요.
챌린저 측은 채용 계획을 별도로 조사하는데요. 올해 들어 9월까지 발표된 채용 계획은 20만4939개로 전년 동기(48만3590개)보다 58% 줄었습니다.
JP모건은 "9월 고용 관련 지표들은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ADP는 9월 민간 고용이 3만2000개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감소 폭이며, 이런 감소세는 광범위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더 우려스럽다"라고 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ADP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해 JP모건은 "ADP와 노동통계국 고용 간의 초기 발표에서의 평균 오차는 8만 개 이상으로 컸지만, 지난 6개월간 데이터를 누적적으로 보면 차이는 월 2만 개 이내로 비슷했다. 이 모든 것은 정부 고용 통계에 대한 부정적 징조"라고 설명했습니다.
2. 트럼프의 공무원 해고 위협…고용 하방 위험↑
이런 노동 시장 둔화는 셧다운으로 인해 가속할 수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만난다. 여러 '민주당 기관'(민주당 이념에 부합하는 정부 조직이나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없애고, 그런 삭감이 일시적일지 영구적일지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나에게 이런 전례 없는 기회를 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제자스 정책 분석가는 "셧다운은 평균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으며, 시장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무원을 영구 해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공화당, 민주당 모두 셧다운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주말께나 상원에서 임시예산안을 다시 표결에 부칠 계획인데요.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주말까지 (통과시킬) 표를 확보할 것 같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임시예산안에 대해 (민주당과) 협상할 게 없다"라고 했고요.
월가가 주목하는 날짜는 10월 15일입니다. 연방 공무원들이 통상 급여를 받는 다음날입니다. 22V리서치는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 5건이 모두 이 날짜 직전이나 직후에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셧다운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전에 끝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통상 시장은 셧다운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주가 아닌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장기 셧다운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공무원 영구 해고는 (예상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더 가능성 있는 결과는 경제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3. '화폐가치 절하' 불붙은 트레이드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6%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1시께 3대 지수는 내림세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가 없는 만큼 시장에는 방향성이 없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른바 '화폐가치 절하'(debasement) 거래입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급등하는 것인데요. 미국 정부의 셧다운, 그리고 Fed의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 속에 달러 등 각종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안인 금, 비트코인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다시 12만 달러 선을 돌파했습니다. 상승 원인은 금과 같습니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10월 역대 최고 수익률도 분위기를 달구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10월을 '업토버'(Uptober)라고 부르는데요. 비트코인은 최근 10년 동안 10번의 10월에서 9번 상승했습니다. 시티은행은 강력한 ETF 자금 흐름과 기관 수요를 이유로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3만2000달러, 12개월 후 18만1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건들락은 금뿐 아니라 은도 갖고 있다고 했는데요. 최근 은이 금을 따라잡으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페퍼스톤은 이런 귀금속의 폭등세에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① 중앙은행(특히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을 다각화하려는 수요 증가
②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투자자 우려
③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속 불가능한 재정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솔직히 정부 지출은 통제 불능 상태다)
4. 되살아난 AI 붐…증시 끌어올리다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확신이 없었고, 시장도 큰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게 있었습니다. AI 투자는 계속되리라는 겁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반도체 산업이 셧다운과 그로 인한 데이터 중단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AI 관련해 여러 가지 뉴스가 나왔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오픈AI는 기업가치 5000억 달러를 인정받아 직원들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직원들이 가진 지분 66억 달러 규모를 스라이브캐피털, 소프트뱅크, 아부다비 기반 MGX, 티로프라이스 등에 판 것입니다. 이는 올해 초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투자라운드 당시 3000억 달러를 크게 뛰어넘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4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에 등극했습니다. 만약 오픈AI가 상장기업이었다면 세계 20위로 19위 넷플릭스, 21위 엑손모빌 사이에 있었을 것입니다.
오픈AI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 체결 등 이런 뉴스들은 최근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을 지웠습니다. AI 주식들은 오늘도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5. 테슬라, 제약주 '셀더뉴스'
AI 주식에 힘입어 주요 지수는 오후 장 내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오름폭은 줄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06%, 다우는 0.17% 강보합세를 보였고요. 나스닥은 0.39% 상승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경제 데이터 발표 중단은 '부수적 문제'다. 과거 셧다운이 증시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은 거의 없었다. 셧다운 때문에 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강력한 계절성이 작용하고 있으며 Fed가 완화적 입장이어서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다. 다만 셧다운으로 인한 심각한 재앙에 대한 경고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중에는 엔비디아와 메타(1.35%) 아마존(0.81%) 애플(0.66%) 알파벳(0.36%) 등 5개가 상승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0.76%)와 테슬라(-5.11%)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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