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경고한 '불장난'…美 증시, 그래도 버블 아니다?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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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버블 논란 진단
지난 4월 저점 이후 30% 이상 급등한 미국 증시가 다시 한 번 버블 논란에 섰습니다. 계절적으로 안 좋다던 9월에도 S&P 500이 한 달 간 3% 또 상승하면서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거의 모든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역사적 고점 수준을 찍은데다,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어온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천문학적인 지출이 과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근래 다시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과거 이 지수가 “200%에 접근하면 불장난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었는데, 지금은 그 수준도 한참 넘어섰습니다. 사실 지난 23일 "여러 지표로 볼 때 증시가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라고 말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도 이미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런 고평가 우려에 예민해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버블 걱정의 이유
월스트리트 일각에선 미국 증시가 실물 경제와 괴리된 채 AI에 의존해 상승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너무나 강한 미국 경제 성장률도 사실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한 AI 투자를 제외하면 내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습니다. 미국 비농업고용 6개월 변화율은 제자리걸음 상태고, 견조해 보이는 소비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학자금, 신용카드, 자동차 등 각종 대출도 연체율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최근 이런 불안을 자극한 이벤트가 두 가지 있었지요. 먼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오픈AI,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코어위브 등의 '순환거래' 논란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지분 투자를 하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사기로 하면서 닷컴버블 당시 횡행했던 외상 거래 식의 '벤더 파이낸싱'이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밸류 판단의 척도가 달라진다"
증시뿐 아닙니다. 미국 회사채 시장도 미 국채와의 금리차(스프레드)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축소되면서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불안이 미국 주식이나 회사채의 가격에 반영되진 않고 있습니다. 시장이 버블 신호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직은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없기 때문일까요?월가의 중론은 후자입니다. 지난 24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 500이 새로운 무위험자산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시 고평가 논란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것만으로 증시가 거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수를 구성하는 산업과 기업 자체가 변하고 있는 만큼 새 밸류에이션 체계가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조업이 S&P 500의 70%를 차지했던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자산과 노동 의존도가 낮은 기술·지재권·혁신 서비스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산업들은 고정비 부담이 적고 마진이 안정적이어서 더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또 △PC → 인터넷 → 모바일 → 클라우드 → AI로 이어지는 혁신 덕에 기업당·직원당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요. 이 또한 높은 밸류에이션 유지시킬 수 있는 요인입니다.
△기업들의 부채 구조도 과거보다 질적으로 좋아졌습니다. 2007년엔 44%에 불과했던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이제 80% 이상으로 늘어 금리 충격에 덜 민감해졌고, S&P 500의 시가총액 대비 순부채 비중은 10% 수준까지 내려와 아예 무차입 성격도 짙어졌습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 비중은 급증하는 추세와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ERP도 정상 범위로 하향 수렴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낮아진 ERP는 주식이 채권보다 과도하게 고평가되었다기보단 과거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금리로 주식이 저평가돼보였던 착시효과가 되돌려지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런 구조적 변화들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S&P 500의 높은 멀티플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되풀이되는 고평가 논란은 주가 하락이 아닌 이익 증가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재정 완화와 Fed의 금리 인하는 기업 이익 사이클 확장에 우호적 요인입니다. 경기가 받쳐주기만 한다면 인플레이션 역시 반드시 리스크만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매출 증가를 가져오고, 운영 레버리지 효과로 매출 대비 이익 비중도 늘어나면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종목과 섹터가 다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에너지와 헬스케어, 리츠(REITs)가 상대가치로 볼 때 가장 저평가된 섹터라고 평가합니다. 반면 IT·임의소비재는 구조적인 프리미엄에도 고평가 상태로 보고 있고요. 밸류와 가격 모멘텀, 이익 상향 가능성을 모두 갖춘 최선호 섹터로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꼽았습니다.
강세장 속 변동성 대비 움직임
이런 미국 증시의 구조적 강세장에 대한 전망은 월가가 대체로 공유하는 의견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포함 글로벌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고,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S&P 500이 연말 7000을 향한 랠리를 4분기에 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다만 이렇게 강세론 전망이 유지되는 와중에도 분기말을 앞두고 미묘한 투자심리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오른 AI 기술주나 암호화폐, 고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최근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엔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 포지션 연쇄 청산이 발생하면서 시가총액 3,00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OXL), 테슬라 레버리지 ETF(TSLL) 등 레버리지 ETF에선 총 70억 달러가 빠져나가 2019년 이후 최대 규모 유출이 확인됐습니다. 대신 현금형 ETF, 금 펀드, 변동성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사실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 축소는 향후 보다 건강한 상승장을 위해 긍정적인 요소로도 볼 수 있습니다. 곧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데요. 향후 거시 경제 데이터와 그로 인한 Fed 금리 전망 조정이 어떻게 바뀌든, 결국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온다면 증시는 고평가 우려에도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시타델증권의 스캇 럽너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도 "10월 상반기까진 전술적 위험 우려가 있지만 구조적인 강세장"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매수세 가속화, 자사주 매입 재개, AI 테마 등에 힘입어 연말 랠리가 재개될 수 있으므로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에너지, 가치주, 미국 외 주식 등으로의 순환매를 주시하라고 합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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