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병 들면 '이혼'이 더 유리하다?…"세금도 없어" 모순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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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함께한 배우자가 손해보는 기형적 제도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그런데 만약 B씨가 남편을 끝까지 간병하는 대신 이혼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판례에 따르면 수십년 혼인기간 중 가사를 전담한 배우자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40% 이상 인정하기도 한다. 이 경우 B씨는 재산분할로 84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자녀 수와도 무관하다.
이혼이 상속보다 유리한 기묘한 현실
현행법 체계에서는 마지막까지 배우자를 지킨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 상속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배우자 몫이 줄어들 뿐 아니라 거액의 상속세까지 내야 한다. 반면 이혼 시에는 자녀 수와 무관하게 고정 비율이 적용되고 세금도 없다.
물론 정상적인 부부가 경제적 계산만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혼을 결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국가가 사실상 국민의 이혼을 조장하는 셈이다.
이런 모순은 두 가지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이혼 시 인정되는 배우자의 기여도가 상속에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둘째, 같은 세대 간 자산 승계인 배우자 상속에도 상속세가 부과된다.
배우자 상속분 고정화와 상속세 면제 검토해야
해법은 명확하다. 상속에서도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일정한 상속분을 고정적으로 보장하고, 나머지를 자녀들이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영국·프랑스·일본처럼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최소한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상속과 이혼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배우자를 돌보지 않고 이혼을 선택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배우자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씨가 경제활동과 육아를 도맡고, 배우자 B씨는 직업 없이 용돈만 받아 생활하면서 수차례 외도를 벌였다고 하자. A씨가 희귀병 진단을 받은 후에도 B씨가 간병은 하지 않고 외도를 지속하다가 이혼소송 중 A씨가 사망한 경우는 어떨까.
법원은 이혼소송 중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소송이 종료되고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B씨는 여전히 법률상 배우자로서 상속받을 수 있다. 이혼이 성립됐다면 혼인 파탄 책임으로 위자료를 물었을 텐데, 오히려 상속재산을 가져가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배우자 상속권 상실 제도 도입 시급
최근 개정 민법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도 패륜행위를 한 직계비속의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규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배우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혼인관계에서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배우자의 상속권 인정 여부는 여전히 입법 공백 상태다.
배우자 상속분 확대와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가정을 위해 희생한 배우자의 복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개선이다. 다만 절차적 이유로 이혼이 성립되지 않아 법정상속인 지위를 유지하는 부적절한 배우자에게까지 이런 혜택을 줄 수는 없다.
개정 입법 과정에서는 상대 배우자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 일정 요건 하에서 배우자의 상속권과 유류분권을 박탈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배우자를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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