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왔다' 월가 작두맨의 전망…"美 증시 '이때'까지 더 간다"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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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기는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가 포진했다는 월스트리트에서도 시장 전망은 틀리기 일쑤입니다. 이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맞추는 건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따금 한 번씩 이른바 '작두를 탔다'고 할 만큼 적중률이 높은 시장 전망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올 3월 골드만삭스에서 시타델로 자리를 옮긴 스캇 럽너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이 그 중 한 명입니다. 지난해 7월 말~8월 초 조정, 연말 랠리, 올 2월 조정 등을 시의적절하게 예측했던 그의 시장 분석과 전망은 많은 투자자들이 찾아 읽는 리포트가 됐습니다.
"랠리, 이제 9회 중 7회말"
럽너는 "시타델에 합류한 후 '이제 주식을 팔아야 할 때인가'라는 질문을 매일 받았는데, 그때마다 내 답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개인 투자자의 '하락 시 매수(buy the dip·바이더딥)'가 미국 주식 랠리를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누가 더 먼저 사느냐(dip alpha·딥 알파)'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 자금은 지금도 주식 시장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럽너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개인 투자자들의 월별 미국 주식 투자 자금은 7월에 가장 규모가 컸고, 올해도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자금 흐름은 9월에 둔화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현재까지 이런 '리테일 머니'가 주로 산 주식들은 AI, 고변동성, 암호화폐, IPO(신규 상장), 레버리지 ETF, 역모멘텀 테마 주식들이었다고 합니다.
소극적이던 기관도 'FOMU'
둘째, 증시 하락에 더 베팅하며 상대적으로 비관적이던 기관 투자자들도 아직 낮은 주식 보유 비중을 더 늘릴 여력이 있습니다.럽너는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 대비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 즉 FOMU(Fear of Materially Underperforming the benchmark)가 있다"고 말합니다.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된 지금, 시장의 낮은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이 나와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 되면 기관 자금들이 '어쩔 수 없이'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럽너는 알고리즘과 시스템 전략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자금들이 주식 비중을 더 늘릴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4월 상호관세 발표 직후 변동성이 치솟고 하락 베팅이 쏠렸던 시장이 6~7월이 되면서 안정화됐기 때문입니다. 미래 변동성 기대가 지금보다 더 높은지, 낮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기간구조(term structure)가 플러스로 돌아오고, 옵션 시장에서 풋옵션이 콜옵션 대비 얼마나 더 높은 프리미엄을 갖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스큐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럽너에 따르면 이런 변동성 전략 펀드들은 최근 들어 주식 비중을 높여 왔지만 아직 투자 여력이 있습니다. 그는 "일 변동성 10% 타깃 전략은 현재 주식 노출도가 연중 최고점 대비 35% 낮은 수준"이라면서 "시스템 전략 펀드들이 향후 한 달 더 (주식 비중을 늘릴) 총알(ammo)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선물·옵션을 이용해 시장 트렌드를 따라 자동으로 사고파는 추세추종 전략, 이른바 CTA도 최근 상승장을 따라 주식 비중을 늘려 왔습니다. 하지만 럽너는 "아직 포지션이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CTA 자금도 더 증시에 들어올 여력이 남았다는 겁니다.
자사주 매입 복귀 기대
셋째, 미국 증시의 최대 매수 주체인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수요입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 중인 지금은 자사주 매입이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의 정점이지만, 이번주부터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지게 됩니다.럽너는 "8월은 전통적으로 자사주 매입 활동이 강한 달"이라며 "올해 1조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미국 주식의 최대 매수자"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분기는 실적에 대한 기대가 낮은 만큼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입니다. 특히 대형 기업에 긍정적인 수급 영향이 기대됩니다.
"더 오른 뒤 내린다"
단, 럽너는 추가 랠리 예상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한 달입니다. 7~8월은 랠리가 지속되겠지만 9월쯤 되면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럽너는 "Higher, then Lower" 즉 "더 오르고 나서 내린다"는 말로 요약합니다.이에 대비해 8월 중순쯤엔 9월 말을 대비해 주가지수 헤지를 추가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 시점이 되면 시스템 기반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도 꽉 차 매수세가 제한되고, 다른 투자자들도 4분기에 대비해 리스크 노출을 줄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럽너는 "낮은 변동성 수준을 이용해 9월 이후 거시경제 이벤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VIX(변동성 지수)가 낮아 옵션 가격이 저렴한 만큼 8월 중순쯤부터는 하락에 대비한 인덱스 풋옵션을 사두면 좋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하나의 의견일 뿐, 맹신해선 안 됩니다. 다만 지금 시장에 버블이 쌓이고 있으며 랠리가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그 전에 더 높은 정점을 향한 '과열 급등(melt-up·멜트업)' 장세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럽너의 말처럼 내릴 때 내리더라도, 좀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죠. 상승장을 즐기되, 하락장에 대비하는 투자자의 기본 자세를 다시 한 번 시험해볼 때가 오고 있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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