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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안갯속 US스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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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안갯속 US스틸 운명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합병(M&A)을 막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15년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2018년 퀄컴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모두 중국 업체이거나 중국 자본이 참여한 M&A다. 자국 기업이 개입한 M&A를 막고 나설 때도 적잖다. 2017년 AT&T와 타임워너 합병, 2021년 엔비디아의 ARM 인수, 지난해 슈퍼마켓 크로거와 앨버트슨 간 합병 등이다. 독과점 우려가 커진다는 명분으로 미국 법무부가 총대를 멘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자본이 끼어 있지 않고 독과점 우려도 크지 않아서다. 동맹국과의 공급망 강화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도 배치된다. “경제적 자학 행위”(월스트리트저널)라는 비판도 나온다.

    US스틸은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1901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 JP모간 회장이 9개 철강사를 합쳐 US스틸을 세울 때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로 미국 정부 예산의 두 배를 웃돌았다. 1943년엔 미국 철강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말하자면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공신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일본과 유럽 업체 공세 속에 내리막을 달려 한때 34만 명에 달한 직원이 2만 명으로 줄었다. 세계 1위인 조강량도 27위로 추락했다. 세계 4위 일본제철이 US스틸 주가(30달러)보다 80% 이상 높은 주당 55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됐다.

    US스틸의 앞날은 다시 미궁이다. 업계에선 US스틸의 독자생존보다 경쟁 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인수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이 회사가 제시한 인수가는 일본제철보다 50% 이상 낮은 주당 35달러다. 낮은 인수가보다 더 큰 문제는 독과점 해소 여부다. 양사의 자동차 강판 합산 점유율이 50%가 넘어 미국 완성차회사들이 반대한다. US스틸과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최대주주도 블랙록으로 동일하다. 안갯속 인수전을 미국 우선주의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어떻게 풀까.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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