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그린 초상화…서도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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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큘레이션스
백남준·이우환 잇는 한국 작가
10여년 만에 대규모 전시 개최
"집은 인간의 원초적 기억 소환
북극해에 집짓는 계획도 추진"
'별똥별' 등 모형으로 선보이고
'공인들'은 움직이게 다시 제작
아트선재센터서 11월 3일까지
백남준·이우환 잇는 한국 작가
10여년 만에 대규모 전시 개최
"집은 인간의 원초적 기억 소환
북극해에 집짓는 계획도 추진"
'별똥별' 등 모형으로 선보이고
'공인들'은 움직이게 다시 제작
아트선재센터서 11월 3일까지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런 소식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설치 작품은 직접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데, 서도호의 대규모 국내 전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7년 신인 작가이던 서도호를 발굴한 아트선재센터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연다고 발표했을 때 미술계 안팎이 기대로 술렁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의 작가, 서도호
지난 17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는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서도호의 본격적인 전시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집’. 자신이 살던 한옥 모양의 구조물을 영국 리버풀의 빌딩 사이에 구겨넣듯 설치하거나(다리를 놓는 집),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 건물 옥상 끝에 위태롭게 올려놓은 게(별똥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전시 2층 공간에서는 작가의 이런 생각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거대한 설치작품을 그대로 들여올 수 없어 대신 모형들이 나왔다. ‘다리를 놓는 집’과 ‘별똥별’ 등 실제 설치한 대표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신작 모형인 ‘나의 집/들’ 연작은 자신이 살았던 모든 집과 스튜디오를 축소해 하나로 뭉쳐 놓은 구조물이다. ‘향수병’은 움직이는 모형으로, 작품 속 쓰레기 섞인 파도가 치는 해변에는 망가진 집이 마치 난파선의 잔해처럼 널브러져 있다. 이민과 망명 등 낯선 곳으로 주거를 옮기는 고통, 환경 파괴의 현실 등을 표현했다.


서도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서도호의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건 2012년 리움미술관 전시에서 보여준 ‘천으로 만든 집’이다. 당시 리움미술관 역사상 최다 관람객(10만 명)을 기록할 만큼 평가가 좋았고 파장도 컸다. 하지만 서도호는 “그건 내 아이디어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인들’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 국립아시아미술관 앞에 전시돼 화제를 모은 조각상의 축소 버전이다. 일반적인 동상과 달리 작은 인간 수백 명이 빈 좌대를 떠받치는 모양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시작이 특별한 건 움직인다는 것. 작가는 “처음 작품을 구상한 1990년대부터 작품을 떠받치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다”며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이번 전시에서 움직이는 버전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비로소 사변, 추론, 사색을 뜻하는 전시 제목 ‘스페큘레이션스’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는 서도호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상 세 편도 만날 수 있다. 상영 일정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입장료는 1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