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유럽의회 선거 압승에…마크롱, '의회 해산' 승부수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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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서 르펜 '돌풍'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 나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있을 수는 없다”며 하원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2027년이었던 차기 총선은 2024년으로 3년 가까이 앞당겨지게 됐다. 1차 선거는 오는 30일, 2차 선거는 다음달 7일로 정해졌다. 프랑스는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두 명을 놓고 2차 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었던 마린 르펜 RN 대표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르펜 대표는 “국민이 투표하면 국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조기 선거를 소집하기로 한 대통령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국민들이 지지해준다면 우리는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RN은 하원 577석 중 88석을 차지한 제1 야당이다.
27년 만에 프랑스 '동거정부' 탄생하나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의회를 해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립여당은 현재 전체 577석의 하원에서 245석으로 1당을 차지하고 있다. 20일 뒤에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여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처럼 참패할 경우 1당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조기 총선에서 RN이 압승할 경우에는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동거정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한 1958년 제5공화국 체제 수립 이후 프랑수아 미테랑·자크 시라크 대통령 집권기에 총 세 번의 동거정부가 탄생했다.
정치 인생에서 최고 황금기를 맞은 르펜 대표의 영향력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의회 내 극우정당 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전체 의석 720석 가운데 57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르펜 대표가 이끄는 RN이 교섭단체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가 16.4%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도우파 성향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29.5%)에 밀려 1위 득표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