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22대 국회 원 구성 강행 수순에 들어갔다. 양당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는 법제사법위원회(정청래)와 운영위원회(박찬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해 11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 명단을 7일 확정했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 의원이 맡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에 4선인 정 의원, 과방위원장에 재선인 최 의원을 배정하는 강수를 뒀다. 두 의원은 정부·여당을 적극 비판해온 대표적인 강성 인사다.

민주당은 주말에 여당과의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0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타협을 시도하고 조정해보되 되지 않으면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로 원 구성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10일 국회의장에게 상임위 배정안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등원하고 원 구성을 야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건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라며 “여야 합의 없는 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정치권의 협상은 어느 정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을 두고 법사위와 운영위 중 하나를 민주당이 여당에 양보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이유다. 하지만 비공개 접촉에서도 민주당은 쟁점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상임위 관련 협상 시도는 ‘협상을 할 만큼 했다’는 명분만 저쪽에 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임위 임명을 단독으로 강행한다면 국회 상임위를 모두 보이콧(불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민주당에도 부담이다.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만큼 정책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윤석열 정부와 책임을 나눠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이 후반기에 법사위 등을 국민의힘에 넘겨준 이유다.

국회법상 원 구성 시한은 7일까지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문화됐다.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개원 후 상임위 구성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1.7일이다. 10일 원 구성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속도를 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하면서 대선 시점은 앞당겨야 한다”며 “그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쟁점이 되는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법사위를 장악해 이 대표의 검찰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겠다는 의도, 운영위를 장악해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흔들겠다는 의도, 과방위를 장악해 민주당 입맛대로 언론을 주무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배성수/정소람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