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의 처벌 요구와 상급자에 대한 형사 고소 등에 시달리다 숨진 근로감독관을 위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30일 고용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등 고용부 공무원 700여 명은 “동료 A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악성 민원인을 엄벌해달라”며 법원에 실명 탄원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민원인 B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B씨가 구제신청과 해고예고수당 지급을 중복 신청한 것을 확인하고 사안을 종결로 안내했다. B씨는 이에 반발해 고용부에 A씨 처벌을 요구했고, A씨가 ‘주의 처분’을 받자 ‘솜방망이’라며 A씨 상급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집요하게 대응했다.

이후 죄책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작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인사혁신처 공무원 재해보상심의위원회가 A씨의 ‘공무상 순직’을 승인했지만 B씨는 “악성 민원이 아니다”고 주장해 공무원들의 공분을 샀다. 최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B씨를 검찰에 송치하자 1주일도 안 돼 고용부에서 수백 장의 탄원서가 모인 것이다.

올 들어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무원이 겪는 법률적·심리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김포시 9급 공무원 C씨는 본인이 맡던 도로보수 공사에 대한 민원 전화에 시달리고, 지역 온라인 카페에 신상이 공개되며 조리돌림당하다 숨졌다. 이처럼 민원인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다 숨진 중앙·지방직 공무원은 올 들어서만 10명에 달한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일부 부처가 민원 보호반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모두 적용될 정신적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용희/정희원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