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용산본점에 배치된 서빙로봇 '케티봇'이 매장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전자랜드 용산본점에 배치된 서빙로봇 '케티봇'이 매장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서빙로봇 시장에선 이게 '삼성'이나 다름없어요."

최근 찾은 서울 용산의 한 가전매장에서 본 서빙로봇은 가전제품 설명서와 음료수를 실은 채 매장 내부를 오갔다. 매장 직원이 필요한 수량을 입력하면 로봇이 알아서 이동한 뒤 냉장고에서 자동 반출되는 음료를 받아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져다준다.

이 서빙로봇은 중국 기업 푸두로보틱스 서빙로봇을 국내에 독점 유통하는 브이디컴퍼니의 제품이다. 국산 서빙로봇과 가격차가 크지 않지만 중국 시장에서 일찍 상용화돼 '검증'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빠르게 선점한 것이다. 실제로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을 도입한 사업주들은 "서빙로봇 쪽에서 브이디가 삼성 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이 회사 서빙로봇 등을 도입한 고객사는 지난해 기준 약 1만곳에 달한다. 2019년 5월 국내에서 서빙로봇을 상용화한 지 1년여 만에 고객사 400곳을 확보했고 3년 만인 2022년엔 4000곳으로 10배 증가했다. 입지를 다지면서 이후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브이디컴퍼니는 중국에서 성능이 입증된 푸두로보틱스 제품을 들여와 국내 최초로 서빙로봇을 선보였다. 당시엔 푸두로보틱스 제품만큼 완성도를 갖춘 서빙로봇이 국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LG전자 서빙로봇 '클로이'가 출시된 건 2020년으로, 푸두로보틱스 서빙로봇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였다.

발 빠르게 시장을 공략한 결과 브이디컴퍼니의 점유율은 현재 80%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이 서빙로봇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지만 한 번 선점한 시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브이디컴퍼니 관계자는 "(고객사에) 개별적으로 방문해 전체 동선 등을 컨설팅하고 사용성을 최적화하도록 지원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브이디컴퍼니는 지난 21일 가전양판업체 전자랜드와 서비스로봇 대중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자랜드 매장을 통해 서비스로봇을 알릴 뿐 아니라 직접 판매도 진행하기로 한 게 골자다.

전자랜드는 서빙로봇(케티봇·벨라봇)을 1490만~2290만원에 판매 중이다. 39개월간 사용한 뒤 반납할 경우(임대형)엔 월 40만~6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36개월간 월 50만~78만원을 내면 해당 로봇을 소유(판매형)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이들 로봇을 포함해 총 7종의 브이디컴퍼니 서비스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전자랜드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브이디컴퍼니와 업무협약을 맺고 'U+서빙로봇 푸두봇'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서빙로봇 푸두봇을 약정기간 3년 기준 월 66만원에 내놨다.

LG유플러스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산 서빙로봇 클로이를 3년간 사용할 경우 매월 65만~72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KT는 좀 더 저렴하다. 클로이와 베어로보틱스 서빙로봇을 판매형으로 쓰려면 36개월 기준 월 60만원에 이용 가능하다.

브이디컴퍼니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엔 높은 최저임금과 구인난 등의 영향도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거나 직원을 제때 구하지 못한 사업장에서 서빙로봇 수요가 높았다. 무엇보다 10여년 전 중국에서 이미 상용화된 이후 장기간 성능 검증을 거쳐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브이디컴퍼니는 이를 발판 삼아 식당·카페뿐 아니라 병원·호텔·골프장·스크린골프장·의류매장 등에도 서빙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식음료 시장에서의 로봇전환(RX) 성공 경험을 건물 관리, 청소·미화, 물류 영역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올해를 청소로봇 보급의 원년으로 삼고 판매·영업 채널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