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비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비혼 직원에게도 회사에서 지급하는 결혼축하금과 같은 '비혼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우리도 줘요" 비혼직원에게도 돈 주는 기업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지부)는 연말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비혼금 도입을 요구하기로 했다. 결혼하는 직원에게 결혼축하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혼을 결심한 직원에게도 동일한 금액을 줘야 차별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부가 비혼금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조합원들 요구 때문으로 알려졌다. 젊은 직원뿐 아니라 40~50대 직원들 사이에서도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인원이 늘자 일부 조합원들이 비혼직원 대상으로는 유사한 복지제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결혼을 선택적으로 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 내내 아무 것도 누릴 수가 없다.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본인들을 위한 복지제도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노조에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노조도 올해 역점 사업으로 비혼선언지원금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혼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없진 않다. 비혼 직원에게 결혼축하금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근속기간이 5년을 넘는 만 38세 이상 직원이 비혼 선언을 할 경우 기본급 100%와 휴가 5일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결혼하는 직원들이 받는 혜택과 동일하다. LG유플러스 노조가 경영진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비혼금 도입을 요구해 왔던 결과였다.

롯데백화점 CJ대한통운, SK증권, NH투자증권 등도 비혼 직원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비혼금은 아니지만 별도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미혼 직원에게 연 1회씩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동일한 액수를 지급하거나 배우자 무료 건강검진 혜택을 해당 직원 본인 부모 중 한 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비혼직원 無혜택, 차별일 순 있지만 "지켜봐야"

결혼한 직원에게만 축하금을 주고 비혼 직원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부당 차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 위반 소지가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지만,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문화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공론이 형성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비혼금이 오히려 비혼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LG유플러스가 비혼금 제도를 도입할 때도 이 같은 고민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혼인 등의 사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에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배동희 노무법인 하이랩 대표노무사는 "남녀고용평등법을 보면 혼인 여부도 차별 사유로 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비혼금이)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아직 법적 잣대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사람들 인식이 변화하고 문화가 변동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여성 기준 20대 27.5%, 30대 31.8%에 그쳤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41.9%, 48.7%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2008년과 비교하면 19~30%포인트씩 감소한 수준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