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 이어 국내 해상풍력 시장까지 중국 기업에 다 내줄 판이다. 해상풍력은 ‘RE100’(신재생에너지 100%) 계획에 따라 국내에서만 수년 내 100조원 규모로 성장이 기대되는 ‘황금시장’이다. 어떻게든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할 시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고정가격 계약 입찰제’를 통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할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태양광 발전을 대상으로 도입한 고정가격 입찰제는 2022년부터 풍력발전에 확대 적용됐다.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로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사업자의 금융 조달이 용이해져 발전 사업이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 중 전기 공급가격 배점이 60점(100점 만점)이고 국산품 활용은 20점으로 돼 있어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가 통용된다는 점이다. 사업자로선 최대 40% 싼 중국산 기자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해 말 선정된 5곳의 해상풍력 사업자 중 2곳이 핵심 부품인 터빈과 해저케이블을 중국 업체에 맡겼다고 한다. 기자재 공급뿐 아니라 시공도 맡고 중국 자본의 우회 참여까지 이뤄지고 있다니 이렇게 무방비로 놔둬도 되는 일인가 걱정스럽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저가를 앞세워 이미 세계 육상·해상풍력 공급망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입찰을 유지한다면 국내 업체들이 고사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해상풍력 사업의 ‘중국 침투’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간과해선 안 될 위협이다. 해저케이블을 바다 밑에 깔려면 해당 업체에 한국 해군의 훈련 지역과 잠수함 동선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 도청이나 파괴 공작 우려가 큰 해저케이블에 대한 정보도 중국 기업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스파이 도구화 염려로 중국산 해저케이블 퇴출에 나선 것을 보면 ‘안보 위협’이 기우가 아닐 수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도 발전 사업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구나 해상풍력은 성장성이 큰 미래 산업이기도 한 만큼 정부가 이제라도 입찰제 전면 손질로 국내 생태계 보호·육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