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해 제품의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말을 바꿨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당초 지난 16일 한덕수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후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 직구 제품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모차, 완구 등 어린이용품 34개 품목과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은 국가인증 마크인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고,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유해 제품 반입 등이 문제가 되자 내놓은 대책이다. 정식 수입 제품에 적용하는 통관 절차를 해외 직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 커지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등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인증 제품도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가 막히고, 그 결과 소비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19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에 전면 금지하겠다는 게 아니며 그런 방안은 검토한 적도 없다고 이전 발표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위해성 조사를 실시해 위해성이 확인된 품목만 걸러내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해외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과 관련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흘 전 발표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설령 원래부터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정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정책을 이렇게 허술하게 꺼냈다가 다시 주워 담는 건 문제가 있다. 현 정부는 이전에도 취학연령 하향(만 6세→만 5세) 등 민감한 정책을 불쑥 꺼냈다가 여론이 나빠지면 물러서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마추어 정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