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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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올초 일본 여행을 가기 전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서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가족 세 명이 모두 가입했는데 보험료는 총 1만7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세 명이 함께 가입해 보험료 10% 할인 혜택을 받았다. 여행을 마치고 며칠이 지나자 1700원을 ‘안전 귀국 환급금’으로 돌려받았다. A씨는 “따로 신청하지 않았는데 보험사가 알아서 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점이 획기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보험 메기’ 된 카카오페이손보

여행자보험 시장을 둘러싼 보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생 업체인 카카오페이손보가 치고 나가자 대형 보험사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업계 선두인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카카오페이손보의 상품을 벤치마킹하며 경쟁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려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디지털·고객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보험산업에 신선한 ‘메기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귀국 축하금 쏜다"…판 커진 여행자보험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의 해외여행자보험은 가입자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준다. 사고가 나야 보상받을 수 있는 기존 보험과 다른 점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두 명 이상이 함께 가입하면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주는 동반 가입 할인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해외여행자보험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0개월 만인 지난달 초 누적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라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작년 말 이후 ‘월별 신계약 건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형 보험사도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말 해외여행자보험에 동반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0%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신설했다. KB손보는 지난달부터 사고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의 10%를 ‘귀국 축하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디지털 보험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도 고객이 무사히 귀국할 경우 보험료의 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혜택을 늘리는 까닭은 해외여행자보험 시장의 성장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개인 해외여행자보험을 취급하는 주요 손보사 5곳(삼성화재·카카오페이손보·KB손보·한화손보·롯데손해보험)의 올 1~3월 신계약 건수는 50만683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3만8429건)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점검 나선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여행자보험을 둘러싼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보험사 간 과당 경쟁으로 번지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무사고 환급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제도가 기존 상품과는 다른 구조여서 살펴보고 있다”며 “애초에 보험료를 더 싸게 책정할 수 있는데 불필요하게 소비자를 현혹하는 측면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마케팅 비용, 수수료에 해당하는 사업비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무사고 환급제는 이 같은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