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예방 효과 없었다
올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안전사고가 줄었냐는 질문에 레미콘 업체 대표 A씨는 “내가 아는 사망사고만 두 건”이라며 “중대재해법을 시행한다고 예방 효과는 없을 거라고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재해법 적용 이후 현장에서는 부담만 커졌다는 사업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는 최근 수도권의 레미콘 업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사고가 난 회사는 작은 규모가 아니고 안전교육도 꾸준히 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 경찰 조사를 받느라고 회사 경영도 제대로 못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건 예견된 일이었다.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기 전부터 해당 법안의 재해 예방 효과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을 먼저 적용한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첫해인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년(248명)보다 오히려 3.2% 증가했다. 지난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자 수도 4만1802명으로 전년(3만9226명)보다 6.6% 늘었다.

영세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더 커지는 이유는 법 시행 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표면처리 업체 대표 B씨는 “일지에 안전관리사항을 적느라 하루 3시간씩 서류 작업을 한다”며 “(일지 작성 직원은) 원래 영업직인데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만 하고 있으니 계약을 제대로 따올 수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업계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는 건 재정 문제다. 고용부가 배포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핵심 의무 사항에는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사용하라’는 항목이 있다. 다만 당장 추가적인 예산을 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사업주들의 공통 의견이다.

영세 중소기업계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나타난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생활 안정과 재기를 위해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9만1000건)보다 20.9% 급증했다.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21대 국회는 오는 29일 끝난다. 중기업계는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2년 유예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 100일간 시행된 중대재해법이 법 제정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