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전국 32개 대학이 어제까지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인원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각 대학이 적어낸 수치를 취합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1500명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 발표(2000명)보다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5월 말까지 대교협 심의·의결과 각 대학의 신입생 모집요강 발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수치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정부 측에 2000명 증원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5월 중순까지는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고 한 게 변수이긴 하지만, 증원 자체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치적으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확인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다. 그동안 의사단체는 총선 결과를 ‘민의는 의대 증원 백지화’라고 우겼는데, 억지 주장이란 게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는 여야가 의대 증원만큼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도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건 물론이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는 시종일관 ‘증원 백지화’만 외치며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임 의사협회장은 영수회담 결과를 “십상시들의 의견만 반영한 것”이라고 깎아내렸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은 어제부터 주 1회 휴진에 돌입했다. 전공의 파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의대 교수 사직과 의대생 수업 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사를 돈만 아는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한다”고 항변하지만 그렇게 말하기 전에 국민과 환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보길 바란다. ‘단 한 명의 의사도 늘릴 수 없다’며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걸 지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