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길' 박화목, '전원일기' 차범석…탄생 100년 맞은 문인들
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 개최
[고침] 문화('과수원길' 박화목, '전원일기' 차범석…탄생…)
인기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 등을 쓴 극작가 차범석과 동요 '과수원 길', 가곡 '보리밭' 등의 가사를 쓴 시인 박화목 등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리는 다채로운 문학 행사가 마련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새로운 시선, 사랑과 존재의 발견'을 주제로 '2024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5월 9일부터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2001년부터 해마다 탄생 100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리고 이들의 문학적 업적을 대중에 알리는 자리로, 올해는 1924년생 문인 중 강신재·박양균·박화목·신동집·차범석·최일수 6인이 선정됐다.

1924년생 작가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한계 속에서 태어나 20대 때 해방과 전쟁의 격랑을 겪었다.

올해 문학제의 기획위원장을 맡은 문학평론가 고봉준 경희대 교수는 "식민지에서 태어나 20대 때 해방과 전쟁을 겪은 이들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방식을 끊임없이 탐색했다"면서 "전후 한국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했고, 분단·이념 등 거대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문학을 매개로 시대의 고정관념에 맞섰다"고 평가했다.

6인의 문인 중 차범석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로, 전통과 현대의 대립 구도 속에 기성세대의 도태와 신세대의 현실적 좌절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지적한 극작가다.

최창봉, 오사량 등과 '제작극회'를 창단한 그는 1963~1983년 극단 산하의 대표로 활동하여 한국의 현대극을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유당 치하의 부정부패를 예리하게 비판한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 한국전쟁의 수난사를 다룬 '산불'과 '학살의 숲' 등을 썼고, 오랜 기간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TV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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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목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토적인 정서, 기독교적 이상주의 등을 반영한 동시와 동요로 유명한 문인이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라는 가사의 동요 '과수원 길'과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로 시작하는 가곡 '보리밭' 등의 가사를 썼다.

소설가 강신재는 김동리의 추천으로 등단해 '젊은 느티나무', '이 찬란한 슬픔을' 등 80여편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여성의 욕망을 세련된 필치로 그려냈으며,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을 지냈다.

이외에 평생 단 3권의 시집을 발표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박양균 시인, 삶과 죽음과 존재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 신동집 시인, '민족문학신론' 등을 쓴 평론가 최일수가 올해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의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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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제는 내달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열리는 '문학정담'으로 시작해 10일에는 마포구 진부책방스튜디오에서 '백년동안의 낭독' 행사로 이어진다.

'백년동안의 낭독'에서는 박화목의 시를 음악으로 연주하고 차범석의 희곡을 단막극으로 선보이는 코너도 마련된다.

5월 18일에는 한국시학회와 공동으로 서울과학기술대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신동집·박양균 시인 등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한다.

계간 '대산문화' 여름호에는 강신재·신동집·차범석의 유족이 고인을 추억하는 글도 실린다.

문학제의 자세한 프로그램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