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분쟁 줄 잇는데…법 개정은 국회서 '표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내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한 건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인상과 그에 따른 갈등이 정비사업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차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21대 국회 종료일(5월 29일)이 한 달 남은 가운데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류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잇따르자 국회도 지난해 초부터 앞다퉈 관련 법안을 내놨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공사비 증액 계약 때 검증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깜깜이 공사비 증액’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공사비 검증 결과에 대한 분쟁을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심사·조정사항에 추가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추가 발의했다. 국토교통부 고시로 규정돼 있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결과 공개’ 의무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법 개정안(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국토위에 계류돼 있다.

여당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공사도급 계약을 체결할 경우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기준을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공사 중단이나 입주 지연 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놨다. 김 의원 안은 상당 부분 국토부와 조율이 된 내용이다. 올 2월에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주택 공급에 시급한 현안임에도 국회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업계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의된 민홍철 의원 안은 지난해 4월 논의한 게 마지막이다. 김정재 의원 안은 논의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현안 논의가 얼마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법이 바뀌지 않으면 서울시 등의 분쟁조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