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는 보수의 실패…안바꾸면 미래 없다"…'반성문'서 변화 촉구
오세훈 "與 총선서 비전 부재 드러내…따뜻한 보수여야 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이번 4·10 총선의 여당 참패 결과에 대해 사회 양극화와 그로 인해 절망에 빠진 민심을 읽지 못한 '보수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정부 여당의 통치 스타일도 국정 기조도 따뜻한 보수로 바꿔야 산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힘든 토끼 위한 따뜻한 보수를'이란 제목의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이제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라고 낡은 보수의 시각에 매몰된 정부·여당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가운데 여권 중진이자 '잠룡'으로 거론되지만 그동안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오 시장이 '반성문'을 쓰면서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50·60대 중에는 '노력하면 부모님보다 잘살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3040은 부모보다 가난한 경우가 많다"면서 "자식 세대의 앞날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분노와 사회변혁의 갈증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정치를 하였는가.

보수 실패의 근본 원인은 어떠한 비전과 실천적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짚었다.

또 "선거 전략의 기본은 비전"이라며 "그러나 여당은 '이-조 심판론'에 '586 운동권 청산론'까지 꺼내 들어 비전의 부재를 드러냈다.

그 결과가 수도권-중도층-중산층 이탈"이라고 부연, 한동훈 위원장이 이끈 총선 지휘부의 전략적 무능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재명 대표가 선두에 선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요인에 대해서도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왜 지난 대선에서 사람들은 정치인 이재명에게 열광했는가.

숱한 인성 논란과 범죄 혐의에도 왜 그는 대통령이 될 뻔했고, 총선에서 사당화된 민주당에 유권자들은 표를 몰아주었을까"라며 "'이재명은 확 뒤집고 바꿔줄 것 같아서'이다.

급격한 사회변혁을 원하는 국민은 독해 보이는 지도자를 찾는 법"이라고 썼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이 비전에 소극적인 것은 신자유주의적 보수론에 빠진 수구적 보수 세력 때문"이라며 "이들은 선명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며 이념 대결을 위해 전투적 지도부를 요구한다.

대통령은 이들에게 화답하는 길을 택했고,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외면받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신자유주의 우파'에서 '따뜻한 우파'로 노선 전환을 할 때"라면서 "집토끼 산토끼 따지지 말고 힘든 토끼 억울한 토끼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서울시정을 통해 '약자와의 동행'에 천착해왔다면서 하지만 양극화 완화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은 "외로운 투쟁의 연속"이었고 수차례 제안에도 당에서는 이를 전국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게 성장 기회를 주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만들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넘어지고도 우물쭈물하면 1층 밑에 지하 2, 3층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본주의도 시장경제도 여러 차례 위기 후 수정 보완을 거쳐 따뜻한 자본주의인 4.0 시대를 열었다"면서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