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비상이다. 비상!
모든 조직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큰 위기에 직면한다. 예방하면 좋겠지만 사고는 불가피하게 일어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존망이 결정된다. 한국조폐공사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지역사랑상품권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네트워크 특성상 사고가 나면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부임한 지 한 달이 좀 지난 시점인 지난해 11월 24일 금요일, 조폐공사가 운영 중인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스템이 다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원인이었는데, 실무자에게서 복구 완료 시점을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아찔했다. 이전에 국가 전산망이 세 번에 걸쳐 다운돼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홍보실장에게 사고 원인과 함께 복구 상황 및 예상 완료 시점 등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언론에 공개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했다.

당시 서울 출장 중이던 필자는 본사가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 도착 직후 IDC(데이터센터)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전사적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사고 당일 사고 원인, 조치 현황, 완전 정상화 예상 시간을 반영한 1차 보도자료를 냈고 시스템 정상 가동을 확인하고 2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다음날인 토요일 2차 대책회의 및 3차 보도자료 배포를 진행했고 일요일 3차 대책회의 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순으로 긴박하게 대응했다. 직원들의 동요가 우려돼 “사고가 났지만 ICT 사업은 조폐공사가 가야만 할 길이기에 더욱더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최고경영자(CEO) 레터를 보냈다.

시스템 정상화 이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신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CEO가 직접 주관하는 비상 대응 훈련도 정례화했다. 시스템 점검 시간대, 방법,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운영관리체계(ITSM)를 도입하고, ICT 전문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경력직을 채용했다. 국민 여러분이 해당 사고를 조폐공사가 ICT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위기는 종종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성장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과 개인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계기가 됐고 개인은 자산 분산의 중요성을 깨달아 자산 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우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