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소년이 안전한 환경과 역경지수
지능지수(IQ)를 넘어 감성지수(EQ), 사회성지수(SQ), 네트워크지수(NQ), 역경지수(AQ) 등 능력과 수준을 다양하게 판별하는 인성 분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는 두뇌의 좋고 나쁨이 최적의 판단 준거였다면, 앞으로는 청소년의 끈기와 사회적 유능성의 힘이 더 중요하다.

폴 스톨츠는 힘든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빠르게 극복해내는 특성을 지수화한 것이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라고 했다. 모험과 도전을 통해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맞추려는 청소년기의 특성은 역경의 의미와 가장 잘 맞는다. 불투명하고 불안한 미래를 청소년이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역경이기에, 이에 대응하는 에너지를 채우려는 행동을 통해 역경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아날로그형 인생을 산 어른과는 정반대로 나아가야 할 청소년은 조언을 얻기 어려워 역경을 극복할 방법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청소년이 역경에 대응하는 힘을 얻는다면 불편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믿고 어려운 일을 포기하면 난관은 더욱 커진다. 청소년이 역경을 겪고 이겨낼 기회를 어른이 막아서면 안 된다. 그러면 나중에 청소년이 ‘철부지’라고 비난받게 될 뿐이다.

청소년의 역경지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험과 도전이다. 신체적 인내는 정신을 강화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잠재 능력을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청소년의 역경지수를 말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아름다운 영혼들이 채 꽃피우지 못한 채 왜 스러져 갔는지를 기억해 보라. 모두의 안녕을 지켜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은 무엇이었는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한다. 안전 불감증 때문에 청소년들이 사회적 위기나 어려움에 직면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기 발생을 걱정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대책은 가장 하수의 방법이다. 하늘이 위험하니 비행기를 없애겠다는 불가능한 대책을 내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시스템 자체를 포기하는 식이다. 청소년이 역경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여러 환경에서 촘촘하게 안전 규칙을 만들고 반드시 지키도록 운용 과정을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어른들이 청소년을 위해 해야 할 의무일 것이다. 안전한 사회를 조성해 청소년들이 그들의 재능과 능력을 상실하지 않고 삶의 만족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청소년은 역경에 대비할 힘을 얻게 되고 사회에 기여할 길을 찾아 건강한 미래세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