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18일 채권금융사 대상 설명회를 열고 기업개선계획을 공개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18일 채권금융사 대상 설명회를 열고 기업개선계획을 공개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채권 금융사는 현 보유 채권의 7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을 포함해 1조원 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오는 8월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올해 흑자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됐다.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가면 채권 회수율은 7%로 떨어진다.

○에코비트 매각 시 SBS 담보 해제

회수율 7% vs 70%…태영건설 채권단 선택만 남았다
산업은행은 18일 채권금융사 6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태영건설 실사 결과와 기업개선계획을 제시했다. 실사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올해 최대 461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수 있지만 정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준공으로 공사비를 받으면 내년부터 안정적 현금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태영건설은 무담보채무 1조244억원 가운데 40.7%인 4169억원을 2027년까지 상환한다. 채권자는 채권 절반을 출자전환을 통해 태영건설 주식으로 받는다. 장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무까지 더하면 5122억원어치다. 주가가 다소 내려가더라도 채권액의 70~80%는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산은은 예상했다. 태영건설 주식은 2310원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율 75%를 확보하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보증은 대부분 본채무로 현실화한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채무가 8조5806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자들이 균등하게 받으면 채권액의 7%만 건질 것으로 전망됐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자금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운영자금 3000억원을 마이너스통장 형식으로 지원한다.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자구 계획에 따라 자회사인 에코비트를 매각해 태영건설에 추가로 넣으면 운영자금 지원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3000억원 한도대출을 모두 상환하면 채권단은 윤석민 회장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티와이홀딩스의 SBS 지분 등의 담보 설정을 풀어줄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건설공제조합,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들이 기존 4조2000억원의 보증을 유지하면서 신규 보증 5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워크아웃 계획에 들어갔다.

○관급공사 위주로 ‘다운사이징’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기간에 주택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관급공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매출을 줄이는 대신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산은은 태영건설이 올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 보유 현금은 올해 267억원에서 내년 4551억원, 2028년에는 761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6356억원의 완전 자본잠식이 발생했다. 상장폐지 사유다. 산은은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8월께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면 재감사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면 거래는 재개된다.

감자 및 출자전환으로 티와이홀딩스와 윤 회장 측 지분율은 41.8%에서 60.1%로 높아지게 된다. 채권단도 지분 36%를 보유한다. 향후 보증채무 현실화에 따라 채권단이 추가로 출자전환하면 지분율은 47%까지 높아진다. 윤 회장 측 지분율은 50.6%로 내려간다.

오는 30일 예정된 채권자협의회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의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이 75% 이상 동의를 끌어낼지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채권금융사가 산은이 제시한 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현우/최한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