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턴십? 리턴십!
대학 입학시험 응시 인원이 모집 정원을 초과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한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해 100만 명에 육박하던 출생자가 현재는 5분의 1로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반면, 평균수명은 50년 전에 비해 20년 이상 길어졌고 노화에 따른 신체 능력 저하 속도는 현저히 늦춰졌다. 많은 사업장에서 법정 최저 정년인 만 60세를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신체 능력은 60세 이후에도 근로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환갑잔치’라는 어휘가 자꾸만 낯설어지는 시대다.

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이 응시 정원을 웃도는 것은 아무리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하더라도 근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 수요가 공급을 추월한다는 얘기는 곧 직장의 인력구조 피라미드 하단을 구성하는 신규 진입 인력군에 공백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산업을 지탱하는 인력구조 피라미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 공백을 정년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이미 근로시장에서 한 사이클을 지났거나 제외된 근로자들이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이 근로시장에 진입할 때 겪는 인턴십 과정만큼이나 육아와 출산, 정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회귀하는 이른바 리턴십(Return+Internship)을 준비해야 하는 필요성이 실감 나는 이유다.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월스트리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남성 편중이 심한 금융계에서 중간관리자와 임원 직급 여성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지자 골드만삭스 같은 주요 금융사가 우수한 경력직 여성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후 점차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채용 전략으로써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리턴십의 시대는 기존 직장 질서의 많은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선 장기근속이 곧 승진과 임금 인상을 의미하던 호봉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고, 순전히 자기 능력과 역할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급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다. 상사가 곧 연장자라는 공식도 해체될 것이고, 건강히 허락하는 한 정년퇴직이라는 제도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 시대가 될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70대 인턴으로, 앤 해서웨이가 30대 최고경영자(CEO)로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인턴’이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는 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본격적인 리턴십 시대가 오면 직장인들은 단순히 나이나 직급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고, 기업은 30년 내지 최대 40년까지 차이가 나는 직장 구성원들의 직급이 혼재한 상황의 조직문화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갈등 요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준호, 유준상, 김승우 같은 배우와 김완선, 엄정화, 윤종신 같은 가수들이 왕성한 활동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들 유명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2024년 기준으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령자’라는 것이다. 현재도 당당한 주연으로 액션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MZ세대 아이돌과 함께 대학 축제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고령자라는 용어는 영 매칭이 되지 않는다. 일반 직장인도 연령에 구속되지 않고 능력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직장 생활의 한 사이클을 마친 뒤 다시 새로운 사이클을 준비하는 리턴십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