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두번 울리는 '장례식 바가지' 없앤다…고이, 25억 유치 [고은이의 VC 투자노트]
상조 스타트업인 고이장례연구소가 2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고 18일 밝혔다. 패스트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신용보증기금이 참여했다.

"관례화된 상조업계 바꾼다"

고이장례연구소는 전국의 장례식장 및 장지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장례 서비스에 개인화를 더해 상조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2023년 기준 맞춤형 장례 견적 18만건, 사전 상담 1만건을 돌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늘었다. 음성화 및 관례화돼있던 기존의 상조 업계의 흐름을 바꾸고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상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이장례연구소는 2021년 9월 법인 설립 직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해 10월 장례 분야 최초로 팁스에 선정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를 통해 서비스 직영화 등 운영을 안정화시키고 새로운 상조 서비스 론칭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패스트벤처스 강기현 파트너는 "10조원 이상의 큰 규모임에도 상조 시장을 혁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회사는 거의 전무했다"며 "고이장례연구소는 모객 효율화와 유통구조 개선으로 합리적인 가격 구조를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해 시장 전반을 혁신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수수료 중첩에 문제 느껴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는 장례지도사인 아버지와 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장례식장에 근조화환을 배달하는 일이 잦았다. 자연히 장례식장 문화를 경험하고 가까이서 관찰해왔다. 장례는 상조, 장례식장, 장지 등 순서로 형성된 전체 밸류 체인에 수수료 구조가 중첩됐다. 비효율적인 하청 구조도 형성돼 상주의 지급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책정돼왔다는 게 송 대표가 발견한 문제점이었다.

장례용품별 가격, 추가 요금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슬픔에 빠진 유족에게 수의 등의 구매를 강요하는 비양심적인 행태도 발견됐다. 장례 서비스는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장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서비스에 소홀하게 된 원인이었다.

고이장례연구소는 주요 상조 회사 대비 최대 50%까지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품목별 정찰제, 미사용품 100% 공제 등 투명한 가격 정책을 운영해 상조 시장 내에서 소비자의 알권리와 지불 합리성을 보장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유골함 등 다양한 장례용품 관련 업체들이 진행해 오던 상담을 데이터화해 맞춤형 장례를 진행한다.

송 대표는 "고객 중심의 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장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하며 끊임없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