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CPI가 진짜 악재…구리·로봇株에서 기회 찾아야"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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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우 메리츠증권 도곡금융센터 부장.
권동우 메리츠증권 도곡금융센터 부장.
“구리가 ‘핫’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은 또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권동우 메리츠증권 도곡금융센터 부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복합구매관리자지수(PMI)가 돌아서면 구리는 무조건 오른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 경력 16년차이자 자산가들을 전담하는 프라이빗뱅커(PB)인 그는 지난해 100개가 넘는 관리 계좌에서 모두 수익을 내 지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전문 분야는 해외 주식이지만, 국내 주식 시장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들'이 일으킬 구리株

권 부장은 환율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속해서 시장 불안을 만들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환율이 1400선에 도달하는 것은 예정돼 있었고, CPI 지수 역시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며 “중동 불안으로 이달 유가가 오르면 다음 달 CPI 지수도 엉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올해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전력기기까지 순환매 장세의 연속이지만,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 달 있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그나마 현대차, KB금융처럼 업종별 1위는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면서도 “다시 각종 증시 악재를 피해 투자자들이 섹터를 떠도는 장세가 한동안 이어진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그는 자금이 몰릴 다음 경로로 구리를 짚었다. 권 부장은 “미국의 리쇼어링·AI 산업 활황 등으로 전력 소모가 이미 늘어난 상태인데,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도 전기차·태양광·배터리를 언급했다”며 “모두 ‘전기 먹는 하마’들”이라고 말했다. 국내서는 풍산 정도가 구리 관련 사업에 주력하지만, 수요 종목은 많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미국에는 프리모트맥모란 같은 구리 광산 업체가 상장돼 있다. 이 회사 주가의 최근 한 달 상승률은 11.08% 수준이다.

로봇주도 관심사다. 그는 “로봇은 AI, 비만치료제와 같은 ‘메가 트렌드’”라며 “하반기 스타트업 피규어AI 등 로봇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면 모멘텀이 강하게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피규어AI는 엔비디아와 아마존이 투자하고 오픈AI와 협업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제대로 된 가정·산업용 휴머노이드 상장사가 드물지만, 낙수효과를 통해 로봇주 전반에 온기가 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로봇주는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꼽히고, 미국에선 심보틱 로크웰오토메이션 등이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권 부장은 “이들은 휴머노이드 기업은 아니라 주가 상승 여력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에 맞는 '순수한 투자'만 하라"

그는 ‘순수한 투자’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파생 상품 투자를 선호하지 않고, 레버리지나 인버스 기법도 잘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 부장은 “산업 흐름을 예측하고 키워드를 도출했으면, 그 산업에 잘 맞는 ‘퓨어 플레이어’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며 “기업의 사업 분야가 여러 개일 경우, 매출액 비중을 살피고 키워드 부합 정도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구리를 키워드로 꼽았다면, 구리 광산 상장사에만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가 장기간 지켜온 철학이며, 안전하면서도 수익률 2배 이상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미국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권 부장은 “현 시장 상황은 1999년대 후반 ‘IT 버블’ 때와 너무나 유사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글로벌 안전자산이 미국이라는 인식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하이자산운용, VI자산운용을 거쳐 메리츠증권에 입사했다. 현재 주력 업무 분야는 랩어카운트 운용이다. 랩은 증권사가 고객 계좌 권한을 받아 대신 투자해주고, 수수료와 성과보수를 얻는 상품이다. 본사에서 직접 고객 계좌를 운용하는 본사직접형 랩어카운트도 있지만, 권 부장처럼 지점일임형 랩어카운트를 운영하면 그 스스로가 하나의 작은 자산운용사가 된다. 권 부장은 “사모펀드처럼 문턱이 높다는 편견이 있는데, 랩은 프라이빗뱅커(PB)마다 다르지만, 1000만원까지도 연간 2%대 수수료로 일임할 수 있다”며 “자산 운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은 가까운 PB 센터를 방문해 소액으로 돈을 맡겨보며, 매니저와 증권사들 성향을 알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