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부터 기업 현황을 공시하는 대기업들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약정 내역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경제계는 실익이 크지 않고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공정위는 16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 현황에 RSU 등 주식 지급거래 약정 내역 공시 양식을 추가하는 내용의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 개정을 발표했다. 총수 일가나 임원 등 특수관계인에게 RSU 등 성과보상 주식을 제공하는 계약을 할 경우 주주들에게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라 총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은 직전 사업연도에 특수관계인과 주식 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부여일 △주식 종류 △수량 △기타 주요 약정 내용 등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일정 기간 재직 등의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무상으로 주는 제도다. 대체로 5~10년가량 근속하면 그 이후 매년 조금씩 나눠준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2020년 최초로 도입한 후 두산, 네이버 등으로 확산됐다.

이번 제도 개편은 주식지급거래 약정이 총수 일가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이뤄졌다. 기존 공시 양식으로는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의 매도가액만 공시해 약정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제계는 기존 공시 제도와 중복 등을 이유로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RSU 공시 도입 반대 등을 담은 건의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경협 관계자는 “공정위 RSU 공시가 금융감독원 공시와 중복된다”며 “공정위 공시는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기업 부담만 가중한다”고 주장했다. RSU를 도입하고 있는 세계 주요 국가에도 이런 공시 규제는 없다고 경제계는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