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대구·경북(TK) 현역 의원들의 생환율이 6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총선 패배 후 당 수습 과정에서도 TK 의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듭된 총선 패배로 보수 정치가 궁지에 몰리고 있지만, 이들 의원은 다음 공천을 위한 지역 다지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TK 지역 현역 의원 25명 중 16명이 다시 배지를 달았다. 생환율은 대구가 58.3%, 경북이 69.2%에 이른다. 9명의 현역 의원 중 2명만 살아남은 서울, 50%씩만 생환한 부산과 경기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100% 당선되는 지역이기에 가능했다. TK에서는 희생도 없었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병수 조해진 의원이 지역구를 바꿔 출마해 낙선한 부산·경남(PK) 지역과 대비된다.

하지만 총선 이후 차기 지도체제를 구성하고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TK 의원들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대구 달서을)이 전반적인 이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TK 지역 의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주호영 의원 정도만 국무총리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당이 가져가야 할 노선에 대해 공개 발언하는 인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1일 이후 등 주요 방송국 라디오 정치 프로그램에선 19차례 여당 당선인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TK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안철수 의원 네 차례, 김재섭 당선인 세 차례 등 수도권 의원들의 출현 횟수가 많았고, PK에선 조경태 의원과 정연욱 당선인도 마이크를 잡았다.

여당 한 관계자는 “전체 의석이 줄어들수록 TK 의원 비중은 높아지는 구조”라며 “TK 의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보수 정치 혁신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 한 의원 보좌관은 “지역 당원들을 관리해 공천만 되면 그만이라는 것이 TK 의원들의 가장 큰 문제”라며 “총선마다 당 이미지를 쇄신할 인사를 후보로 내는 서울 강남권처럼 TK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피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