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그림꿈·궁
[만화신간] 커튼 뒤에서
▲ 커튼 뒤에서 = 사라 델 주디체 글·그림. 박재연 옮김.
나치 독일의 광풍이 유럽을 휩쓸던 1937년부터 1942년까지 프랑스 남부에 살던 유대인 자매 야엘과 에밀리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이다.

유대인 어머니와 비(非)유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는 자기 민족 정체성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한 번도 유대교 회당에 가본 적이 없었고, 유대교 기도문은 외울 수 있었지만, 하누카(유대교 명절)를 매년 기념하지도 않았다.

유대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를 맞은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반유대주의가 독일에서 시작해 유럽 대륙으로 번지면서 자매는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오락가락하는 법령 속에 이들의 지위도 흔들린다.

1940년 10월 프랑스에서 유대인 법령이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3명 이상의 조부모가 유대인이 아닌 두 자매는 법적으로 프랑스인이라고 분류된다.

하지만 이듬해 좀 더 엄격하게 유대인을 분류하는 새 법령이 공표되면서 자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될 위험에 놓인다.

이 책은 열린 결말로, 자매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체포 직전에 놓인 자매의 모습과 함께 이 시기 프랑스에서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이 어린이 1만2천명을 포함해 7만6천명이었고, 살아 돌아온 이는 2천500명에 불과하다는 건조한 통계만 덧붙여놨다.

나치즘, 반유대주의의 야만성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안네의 일기'와도 닮았다.

바람북스. 140쪽.
[만화신간] 커튼 뒤에서
▲ 풀벌레그림꿈 = 서현 글·그림.
작가가 어느 날 병풍 속 초충도를 바라보다가 떠올린 만화다.

풀벌레 한 마리가 꿈속에서 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수없이 많은 다리 대신 손 두 개, 발 두 개를 달고 움직이려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다음날 꿈에서도 사람이 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멋진 화병에 담긴 화초도 감상한다.

그러다가 문득 화초 사이에 매달린 벌레인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이 책의 시점은 작은 풀벌레와 그 벌레를 바라보는 사람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그러면서 '나는 벌레인가, 사람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치 깜빡 잠든 뒤 꿈결에 자신이 나비인지 장자인지 고민하는 호접지몽(胡蝶之夢) 고사를 닮았다.

사계절. 84쪽.
[만화신간] 커튼 뒤에서
▲ 궁 1∼15 = 박소희 글·그림
'궁'은 입헌군주제인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여고생 신채경과 황태자 이신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정 만화다.

2006년 윤은혜·주지훈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원치 않던 정략결혼 때문에 다투기도 하던 채경과 신이 차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풋풋하게 그려졌다.

또 입헌군주국 대한민국에 대한 상상, 한복과 궁궐의 세밀한 묘사 등이 돋보인다.

이 만화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만화잡지 윙크에서 연재됐다.

단행본으로는 총 28권 분량으로 국내에서만 160만부, 일본에서는 200만부 이상 팔렸다.

이번에는 출판사를 바꿔 1권부터 15권까지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

재담미디어. 각 182∼1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