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3일 개막…대니 구·박상욱 등 60명 참여
19세기 여성 작곡가 조명한 '선구자들'·고택음악회 등 눈길
"음악가들 모여 서로 의지해 만드는 실내악의 쾌감 느껴보세요"
"실내악을 할 때면 '이게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었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게 이런 거지'라는 마음이 들어요.

"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솔리스트의 꿈을 향해 외로운 싸움을 하던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죠." (피아니스트 박상욱)
2006년부터 '실내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관객들의 지평을 넓혀온 서울스프링실내축제(SSF)가 오는 23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축제에는 최근 TV 예능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피아니스트 박상욱,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아벨 콰르텟 등 60명의 음악가가 참여한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아트스페이스3, 윤보선 고택 등에서 총 14차례 열린다.

SSF의 시작부터 함께 한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좋은 솔리스트도 실내악에 적응을 못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실내악을 제대로 못 하는 음악가는 좋은 음악가라고 볼 수 없다"고 실내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솔로는 열심히 연습해서 자기 것만 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며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밌다"고 덧붙였다.

"음악가들 모여 서로 의지해 만드는 실내악의 쾌감 느껴보세요"
참가자들을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한 대니 구와 박상욱도 "실내악은 알고 보면 굉장히 매력 있는 분야"라고 입을 모았다.

대니 구는 2020년부터, 박상욱은 2018년부터 SSF에 참여하고 있다.

대니 구는 "솔리스트로 활동하면 어두운 방에서 계속 연습해야 하고 스스로를 지적하며 발전해 나가야 하는 우울한 면이 있다"며 "실내악은 서로 의지하면서 합주하는 매력이 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이제는 대학교에 다니거나 레슨을 그렇게(주기적으로) 받는 게 아니다 보니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음악적인 의견을 들을 기회들이 적다"며 "실내악을 하면 배우는 것도 많고, 마치 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는 것처럼 클렌징하는 느낌도 받는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다.

강 감독은 주제와 관련해 "음악가들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을 다양하게 찾아봤다"며 "현악4중주 그룹은 친가족보다도 파트너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등 여러 종류의 가족이 많다"고 밝혔다.

피아노 듀오 신박의 멤버이기도 한 박상욱은 "올해 콘셉트와 실내악이 잘 맞는다"며 "남남인데도 불구하고 가족 같은 끈끈한 사이들이 있다"고 공감했다.

이어 "특히 피아니스트는 혼자 무대를 헤쳐가야 해서 더 외롭다"며 "듀오로 10년 넘게 활동하니 음악적인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는 점을 다들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음악가들 모여 서로 의지해 만드는 실내악의 쾌감 느껴보세요"
축제 기간에는 '가족'의 의미를 동일한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 작곡가들 등 여러 각도에서 해석한 공연이 열린다.

클라라 슈만, 보니스 등 시대를 앞서갔던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조명한 갤러리 콘서트 '선구자', 조영찬-이화윤, 무히딘 뒤뤼올루-마리 할린크 등 부부 음악가들의 무대 '나보다 나은 반쪽', 베토벤, 브람스 등 조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주는 공연 '방랑자' 등이 준비돼 있다.

폐막공연은 '비극의 피날레'라는 타이틀로 이목을 끈다.

그라나도스, 무소륵스키, 도니체티 등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이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고택음악회에서는 쇼팽 서거 175주년, 푸치니&포레 서거 100주년,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 슈트라우스 서거 125주년,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강 감독은 축제를 20년 가까이 이어온 소감을 묻자 "제 욕심으로는 변화가 조금 느린 것 같다"며 "매년 관심이 커지지만, 아직도 (SSF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실내악 축제가 거의 없다"며 국내에서 실내악 공연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사람들이 프로그램 발표 전에 표를 사고, 외국같이 축제 몇 달 전에 표가 매진되는 이런 수준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축제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재정적인 부분을 꼽으며 "예산이 축제 한 달 전에야 확정되는데 외국처럼 2∼3년 전에 이런 부분이 다 확정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음악가들 모여 서로 의지해 만드는 실내악의 쾌감 느껴보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