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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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에 바쁘고 농한기에 여유롭다'는 농촌 통념과 달리 젊은 여성 농업인들은 농한기에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한기일수록 돌봄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여성 농업인은 남성 농업인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30일 기준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 2000명을 모집단으로 진행됐다.

농식품부는 이번 결과가 조사 대상과 모집단 차이로 인해 농림어업총조사 등 공식 통계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표본추출 방법이 달라 이전 실태조사와의 시계열 비교는 극히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이하 여성농업인의 근로 시간은 농번기보다 농한기에 더 길었다. 연령대별로 가장 근로 시간이 긴 여성농업인은 40대 이하였는데, 이들의 1일 평균 근로 시간은 농번기에 8시간 24분이었지만 농한기엔 10시간 42분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한기에 자녀 돌봄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도시지역과 달리 돌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농촌 특성상 농한기에 여성농업인 개인이 돌봄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소멸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농업인 전체의 1일 평균 근로 시간은 농번기에 8시간 42분으로 남성 농업인(7시간 54분)보다 48분 더 길었다. 농한기에도 여성농업인의 근로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42분으로 남성 농업인(4시간24분)보다 1시간 많았다.

여성농업인은 유형별로는 비 귀농인이 87.2%로 가장 많았고, 귀농인이 12.2%를 차지했다. 다문화 여성농업인은 0.6%로 나타났다. 비 귀농인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가 41.6%, 70대 이상이 40.8%로 나타나 10명 중 8명(82.4%)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의 농업 종사 기간은 평균 29.4년이었다. 이들은 농사일의 평균 50.2%를 담당했다.

여성농업인 7~8명 중 1명(13.2%)은 농외소득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1년 내 농외소득 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13.3%였다.

여성 농업인들이 농촌에서 가장 힘들다고 꼽은 점은 ‘체력 부족’(36.4%)이었다. 이어 ‘가사와 농사일 병행’(32.2%), ‘농기계 사용 어려움’(12.1%) 순이었다.

자녀의 농업승계 전망을 묻는 말엔 ‘물려줄 생각 없고 자녀도 비희망’이라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다. ‘잘 모르겠음’(25.9%)과 ‘물려줄 생각 있으나 자녀가 승계 비희망’(15.2%)이 각각 뒤를 이었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농업인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여성농업인 정책 기본계획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