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프로그램 등 축소…신규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변경돼"
16일 개막 앞두고 티켓 판매 못 해…공연기획사 "공연 포기할 이유 찾지 못해"
볼쇼이발레단 공연 취소 위기…세종문화회관 공연변경 신청 부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출연자, 프로그램 등이 변경되면서 공연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최근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콘서트'로 공연명을 변경한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에 대한 공연 변경 신청을 심의한 결과 부결로 결론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심의를 거쳐 대관 계약을 맺으며, 계약 이후 공연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다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변경 신청이 부결되면 애초에 승인받았던 내용대로 대관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공연 주최사인 발레앤모델은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과 대극장 대관 심의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연을 19일 앞둔 지난달 28일 출연자 구성, 프로그램 등을 변경해 공연하겠다고 변경 신청을 냈다.

변경 내용을 보면 출연 인원이 20명에서 8명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수석 무용수는 12명에서 6명으로 변경됐다.

프로그램은 기존 2막 12장에서 2막 10장으로 변경되면서 기존에 제출했던 프로그램 6개가 빠지고 4개가 신규로 추가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신규 공연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당한 변경으로, 현 내용으로 최초 대관 심의를 진행했다면 승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변경 신청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대관심사위원회는 변경의 정도가 상당해 공연의 퀄리티를 담보하기 어렵고, 당초 공연 대관 계약을 상당 부분 위반한다는 점과 대폭 감소·변경된 출연진으로 공연내용 변경을 신청하기 전에 최초 계획한 출연진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볼쇼이 발레단 측과 우선 협의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경 신청과 별개로 발레앤모델 측이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을 상대로 법원에 한 계약이행가처분 신청은 '이유 없음'으로 기각됐다.

이에 따라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콘서트'은 공연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연을 올리려면 당초 대관 계약을 맺은 출연자, 프로그램 등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

공연은 16∼19일 예정이지만, 지난 9일 오후 2시에 판매될 예정이던 티켓은 현재까지 판매되지 않고 있다.

최준석 발레앤모델 대표는 9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켓) 오픈이 되지 못한 이유를 전혀 알 길이 없다"며 "공연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공연은 지난달 볼쇼이 발레단의 간판스타이자 푸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취소된 이후 공연명을 변경하면서 주목받았다.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 국립발레단으로 발레단이 소속된 볼쇼이 극장 총감독을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인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