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14경기에서 1경기 빼고 안타 행진…타율 0.333
"꾸준히 웨이트하고 체력 관리…기본적인 것들인데 못 지키는 것들"
키움 이형종 "제대로 잘한 적 없던 야구, 올해는 꼭 꾸준하게"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형종(34)은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부 영입 자유계약선수(FA)'다.

이택근 SBS 해설위원을 2012년 영입한 바 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로 '팔려 간' 선수를 다시 데려온 사례라 순수하게 외부에서 FA로 수혈한 사례는 이형종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쳤던 이형종은 올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 연결 고리 노릇을 톡톡히 한다.

개막 후 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타율 0.333(48타수 16안타), 3홈런, 12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14경기 가운데 안타를 못 친 건 딱 1경기뿐이고, 현재 11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는 중이다.

세부 성적도 나무랄 데 없다.

볼넷(10개)이 삼진(9개)보다 많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1.000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선수 가운데 김혜성(1.075)에 이어 2위다.

지난 시즌 99경기에서 타율 0.215, 3홈런, 37타점을 수확하는 데 그친 이형종의 환골탈태 수준 활약상이다.

이형종이 해결사 노릇을 해준 덕분에 키움은 압도적 최약체라는 전망을 깨고 8승 6패로 시즌 초반 순항 중이다.

키움 이형종 "제대로 잘한 적 없던 야구, 올해는 꼭 꾸준하게"
이형종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늘 힘이 있는 초반에만 달리는 선수였고, 그마저도 최근 몇 년은 못 했다.

올해는 꾸준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이형종은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다리를 들고 타격하는 '레그킥' 자세 대신 발가락 끝으로 가볍게 지면을 치고 타이밍을 맞추는 '토탭'으로 타격 자세를 바꿨고, 공을 퍼 올리는 어퍼 스윙을 줄이고 지면과 수평으로 배트를 내는 레벨 스윙으로 바꿨다.

이형종은 "타격 자세를 바꾼 것과 ABS(자동 판정 시스템) 도입 영향으로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9월부터 몸을 만들었고, 스프링 캠프에서는 코치진 모두가 놀랄 정도로 운동에만 몰두했다.

키움 이형종 "제대로 잘한 적 없던 야구, 올해는 꼭 꾸준하게"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길게 기른 뒷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나타났다.

오랜만에 예전 머리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머리를 이렇게 해도 야구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사실 염색하면서 눈치도 많이 봤다.

누구보다 (외모가) 튈 거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형종이 설정한 목표는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이다.

이형종이 마지막으로 3할 타율과 홈런 10개를 넘긴 건 2018년으로, 당시 LG 소속으로 타율 0.316, 13홈런을 쳤다.

그는 "장타보다는 정타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400∼500타석 이상 나가면 (두 자릿수 홈런은) 자신 있다"며 꾸준한 경기 출전을 기록 달성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다.

키움 이형종 "제대로 잘한 적 없던 야구, 올해는 꼭 꾸준하게"
이형종은 "야구를 한 번도 제대로 잘해본 적이 없다.

그저 무난하게만 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꼭 '잘하는 모습'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꾸준히 웨이트하고 체력 관리하고자 한다.

잠도 8시간 이상 자려고 한다.

기본적인 것들인데,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형종의 활약상에 타순 걱정을 덜었다며 "원래 후배들 챙기는 걸 좋아하는 선수인데, 작년에 본인 성적이 부진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가 못하는데 어떻게 후배를 챙길 수 있었겠는가?"라고 씁쓸하게 말한 이형종은 "사실 키움 선수들은 다들 개인 관리가 뛰어나서 챙길 것도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마지막까지 잘해서 후배들도 더 챙기고 싶다.

알아서 잘한다고 해도, 도움 주는 선배가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