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구 이상 투구는 2021년 9월 MLB 양키스전 이후 처음
체력·제구 문제, 한 방에 날렸다

류현진의 긍정적인 신호…2년 7개월 만에 '90구 투구'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11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보여준 역투엔 많은 의미가 녹아있다.

그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6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KBO리그 복귀 첫 승을 거뒀고, 지난 세 차례 등판에서 노출된 체력 문제를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무엇보다 90구 이상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그는 지난 세 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투구 수 70개가 넘어가면 체력 문제로 인해 제구가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 70구를 넘어 80구, 90구를 넘는 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총 94개의 공을 던졌는데, 한 경기에서 90구 이상을 기록한 건 무려 2년 7개월 만이다.

류현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2020시즌부터 경기당 투구 수가 줄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총 12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이 중 100구를 넘긴 건 딱 한 번뿐이었다.

14승을 거둔 2021시즌에도 31경기 중 4경기에서만 투구 수 100구를 찍었다.

류현진은 2021년 9월 29일 뉴욕 양키스와 홈 경기에서 93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후로는 단 한 번도 90구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을 한 2022시즌 6경기와 부상에서 돌아온 2023시즌 11경기에서 모두 90구를 넘긴 적이 없다.

투구 수와 체력 문제는 류현진에게 큰 숙제였다.

류현진의 긍정적인 신호…2년 7개월 만에 '90구 투구'
그는 KBO리그로 돌아온 올 시즌 이 문제로 인해 큰 시련을 겪었다.

류현진은 70구 이상을 넘기면 제구가 급격히 흔들려 난타당했다.

그는 한국 복귀전이었던 지난 달 23일 LG 트윈스전에서 4회 2사까지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투구 수 70구를 넘기자마자 박해민, 홍창기, 김현수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강판했다.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달 29일 kt wiz전도 비슷했다.

5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다가 투구 수 70구를 넘긴 6회에만 무려 4개 안타를 얻어맞았다.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이 문제가 극도에 달했다.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류현진은 무려 7연속 안타를 내주며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류현진이 70구 이상 던졌을 때 공의 몰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간파한 키움은 1, 2구 안에 배트를 짧게 잡고 치는 작전으로 응수했고, 류현진은 이 작전에 완전히 무너졌다.

류현진의 긍정적인 신호…2년 7개월 만에 '90구 투구'
그러나 11일 두산전은 달랐다.

4회까지 61구를 던진 류현진은 5회 '마의 70구'를 넘기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70구를 넘기고 처음 상대한 김기연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징크스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2사 1루에서 김대한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기로 유명한 류현진은 김대한과 승부에서 한 차례 피치 클록을 위반하는 등 고심한 모습이 역력했다.

투구 수 82개를 찍고 승리 투수 요건까지 달성한 류현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김태근, 양의지, 김재환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두산은 류현진의 '70구 이후 몰림 현상'을 공략하기 위해 키움처럼 빠른 공격을 펼쳤으나 류현진은 이 작전을 역이용했다.

고도의 코너워크로 삼진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마쳤다.

특유의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사실 류현진은 이날 두산전을 앞두고 많은 준비 과정을 거쳤다.

키움전서 충격을 받은 류현진은 지난 9일 잠실구장 불펜에서 평소 하지 않던 투구 훈련을 하며 두산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박승민 한화 투수 코치는 "류현진이 한 훈련은 '쇼트 사이드'라는 훈련으로 모든 힘을 다해 던지는 불펜 투구와는 다르다"라며 "투구 감각을 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친 류현진은 두산전에서 체력 문제와 제구 문제, 아울러 팀의 연패 사슬까지 끊어내며 부활을 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