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1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둔화한 결과다. 하지만 기업대출은 투자 수요 등으로 4년 만에 최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1년 만에 감소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6000억원 감소한 109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3월 7000억원이 줄어든 이후 12개월 만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60조5000억원)이 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달 4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전달보다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36조9000억원)도 2조1000억원 줄었다.

다만 주담대가 크게 줄어든 데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자금이 자체 재원으로 공급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지한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책대출의 경우 보통 5월까지는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다가,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기금에서 이차보전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약 3조원의 정책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가정한다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2월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는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4조9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은 지난달 10조4000억원 불어났다. 3월 기준으로 2020년 3월(18조7000억원) 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대기업 대출은 4조1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대출을 6조2000억원 늘렸다. 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선 데다 이달 1일 법인세 납부를 위한 자금 수요가 있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