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겠다"…갤S24 사려고 나고야서 도쿄까지 간 日 직장인 [김일규의 재팬워치]
11일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삼성전자 직영점. 오전 11시 개점과 동시에 나고야에 사는 한 남성 직장인이 들어섰다. 도쿄에서 나고야는 서울과 부산 거리다. 이 직장인은 스마트폰 ‘갤럭시 S24’ 상위 기종을 약 19만 엔에 예약 구매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번역과 요약 기능이 매력적”이라며 “집에서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매장을 방문해 실물을 만져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 S24’를 일본에서 출시했다. 지난 1월 한국, 미국 등에서 먼저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로, 처음으로 생성 AI에 본격 대응했다. 일본 언론들은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갤럭시 S24에 대해 “전파가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자동 번역 등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단말기에 탑재한 고성능 반도체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 AI’라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역시 ‘실시간 통역’이다. 닛케이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태국어 등 13개 언어에 대응한다”며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상대방 대답도 일본어로 번역돼 들려온다”고 설명했다.

‘챗 GPT’ 등 생성 AI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제공되지만, 대량의 계산이 필요해 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의 엣지 AI 기술은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에 탑재된 반도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를 채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출하량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1억6690만대로, 지난 10년 내 최저치다. 삼성전자는 14% 감소한 2억2660만대로 하락 폭이 컸다. 애플에 밀려 13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엣지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IDC는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한 ‘차세대 AI 스마트폰’의 세계 출하량이 올해 1억7000만대로, 전년 대비 3.3배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닛케이는 “애플은 AI 대응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AI 붐을 놓치면 삼성전자에 다시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