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출신 '정치신인' 황정아, 유성을 5선 중진 이상민 누르고 당선
'친명' 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비명' 박영순 제치고 대덕구서 당선
[화제의 당선인] 76년 '금녀의 벽' 깨져…대전 첫 지역구 여성의원 탄생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76년간 공고히 이어져 온 금녀의 벽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대전 지역에 출마한 2명의 여성 후보자인 더불어민주당 황정아(유성을) 후보와 박정현(대덕) 후보가 모두 당선에 성공, 나란히 대전 최초의 여성 지역구 의원이 됐다.

대전은 1948년 제헌 의회 이후 76년간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을 한차례도 배출하지 못했던 만큼 2명의 여성의원 당선은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황정아 당선인은 5선 중진인 '유성 터줏대감' 국민의힘 이상민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다.

드라마 '카이스트'의 실제 모델인 황 당선인은 전남 여수 출신으로 전남 과학고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쳤다.

카이스트 겸직교수이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 제작, 누리호 탑재 도요샛(초소형 위성) 개발을 주도했다.

[화제의 당선인] 76년 '금녀의 벽' 깨져…대전 첫 지역구 여성의원 탄생
민주당 총선 '인재 6호'로 영입돼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로 유성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를 품고 있는 유성을 선거구는 한국과학기술원과 충남대학교 등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이 많고, 30여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그동안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6선에 도전했던 이상민 후보보다 인지도 면에서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 후보의 당적 변경과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에 힘입어 '여성 과학자' 타이틀로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황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대한민국 퇴행을 막고 미래로 가는 길에 과학 강국 대한민국과 과학 강국의 수도 유성을 만들기 위해 R&D 예산을 반드시 복원하겠다"며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화제의 당선인] 76년 '금녀의 벽' 깨져…대전 첫 지역구 여성의원 탄생
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도 대덕구에서 국민의힘 박경호 후보와 새로운미래 박영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명(비 이재명)계 현역인 박영순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면서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 후보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박정현 당선인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환경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2010년 비례대표 대전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4년 서구 4선거구에 출마, 재선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지역 첫 여성 구청장으로 대덕구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뒤 지난해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박정현 당선인은 "대덕구를 '충청권 핵심성장거점도시'로 키우고 대덕구민에게 힘이 되는 강한 국회의원, 구민의 삶을 지키는 실력 있는 국회의원, 구민 곁에 늘 함께 있는 따뜻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