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친명 후보에 대패…민주당 탈당 후 지역민심 못 얻어
[4·10 총선] 이낙연 "한국, 심각한 위기로 빨려들 것 같다"
4선 국회의원·전남도지사·국무총리·여당 대표를 역임한 호남의 거물 정치인 이낙연 후보가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치른 22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 후보는 11일 오전 1시 현재 14.16%를 얻어 낙선이 유력하다.

이 후보는 낙선이 확실시된 후 기자들과 만나 "패배가 확실시되지만, 광주 시민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광주시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선거 이후 더 심각한 위기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국민의 신임을 받아 국회에 진출하게 될 정치인들께서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충정을 가지고 의정 활동에 임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약속드렸던 대로 대한민국이 더이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광주를 더욱 자랑스러운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4선에 성공했다.

2014년 전남도지사에 당선됐으며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경력으로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유학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귀국한 이 후보는 올해 1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4·10 총선] 이낙연 "한국, 심각한 위기로 빨려들 것 같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가짜 민주당'으로 규정하고 야권 세력 개편을 위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 후보는 총선 불출마를 번복하고 친명계로 분류된 민형배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다.

이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대한민국을 살리려면 윤석열 정권을 교체해야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는 어렵다"며 "도덕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방탄만 일삼는 정당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광주 광산을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민 의원과 정치 거목인 이 후보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총선 격전지로 부상했지만, 이 후보의 대패로 막을 내렸다.

그는 새로운미래가 정권 교체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으나 광주의 민심은 냉담했다.

특히 고향인 영광에서만 4번을 뽑아준 민주당을 탈당하고 특별한 연고가 없는 광주에 출마한 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이유가 됐다.

지난 2월 개혁신당, 새로운선택과 통합했으나 9일 만에 결별해 제3지대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후보의 낙선으로 자신의 정치 행보는 물론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미래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연합뉴스